기계의 수명.
enzoy : 쇠털나날/기계X꼬 - 개발자느낌 : 2005/07/02 03:48
로봇인 주인공 앤드류는 2세기 (=200년)를 살게되는데, 스스로 좋아했던 사람들이 다 언젠가 죽어가는 것에 슬퍼하고, 인간을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극에 치닫다가 결국 말년에는 자신의 모든 파트를 노화하는 인간의 장기로 바꾸고, 기나긴 반복된 재판에서 "인간으로 인정해달라."는 청원에 항상 패소한다. 결국 스스로 지향했던바대로 장기의 노화로 임종을 하게되....던가? 아니던가? 스포일러는 싫으니 궁금한 사람은 함 영화를 보시라.
뭐, 암튼 난 가끔씩 기계의 수명에 대한 이슈를 직면하곤 한다.
지나치게 간단하게 답을 만들자면... "간단한 기계일수록 수명이 길거나 무한하다."는 것.
컴퓨터의 얘기로 들어가보자 ^^;;;

그후로 한동안 컴퓨터를 안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컴퓨터를 접했을 때에는 IBM XT의 시절이었다. XT의 CPU는 Intel 8088과 8086이다 (후자가 더 좋은 것임). 이때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그다지 복잡한 기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지금도 어디선가 XT를 만나게 된다면, 쉽게 다시 돌릴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
괴짜같다고 할 분들도 계시겠지만, 난 본가에 멀쩡히 잘 돌아가는 IBM AT가 있다. AT의 뱃속에는 80286이 들어 있고, 이를 줄여서 애칭 비슷하게 286이라고들 불렀다. 가끔씩 이 AT를 켜보곤 하는데 (켤때마다 건전지가 나가있어서 바이오스 셋업을 다시 잡아주곤 한다) 흑백 모니터에 허큘리스 그래픽카드, 애드립 사운드카드와 500메가짜리 하드가 달린 이 컴퓨터에서 각종 고전 게임과 Q에디터가 멀쩡히 잘 돌아가준다.
나는 80386 CPU의 컴퓨터는 (속칭 386)은 좀 애매한 머신이라고 생각하므로, 건너 뛰고, 80486으로 가보자.
한국에서 진정 컴퓨터 대중화의 시대는 486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는 잘 돌아가는 486도 한대 보유하고 있다. (무슨 골동품 가게 혹은 박물관 경비 아저씨냐고 욕하지 마시라.) 친구 쎄어더드브군이 나에게 준 것이다. 음... 암튼 하고 싶은 얘기는, 486까지만 해도 그 기계가 수명이 길었다는 얘기다. 거기까지가 딱 좋았다.
PC 수명이 현저히 짧아지기 시작한 때는 바로 486 DX4의 시대에서 시작된다. 486 DX2 시리즈의 마지막은 (내 기억으로) 66MHz 짜리 CPU였다. 80MHz 이상의 CPU시대에서 DX4라는 응용구조가 나오기 시작했고, 당시 586의 시작체인 P60이니 P90이니 하는 CPU다리가 오와 열을 바지런히 맞추어 서있던 바로 그 유명한 팬티움 CPU가 시작된다. CPU 모델넘버가 586이니 5로 시작한다고 팬티엄이었던 이 이름은 인텔에게 있어 엄청난 네임밸류의 브랜드로 굳혀져, 그 이후 686으로 넘어가서도 핵시엄이 아닌 같은 이름을 계속 쓰게된 것으로 알고 있다.
486DX4가 CPU인 컴퓨터들은, 대부분 아직까지 살아남지 못한다. 기계 수명이 급격히 짧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팬티엄도 마찬가지이다. 지나치게 빠른 cpu들이 지나치게 대충짜여진 프로그램들을 잘 돌려주기 시작한 편안하고 아름다운 인터넷의 시절 이후로... CPU들은 무기체라기보단 유기체에 더 가까워졌다. CPU의 발열도 지나치게 심해져서 수명을 단축하게 된것.
존경하는 마사무네님의 공각기동대 만화책의 시작부분을 보면, 실제 단백질 뇌 구조체가 센터탑에 조인트되어 있는 CPU가 기술적 상세설명과 함께 표현되어 있다. 네트워크나 AI에 대한 그의 간지도 역시 정말 대단하다. (그림 클릭하면 확대 표시됨 - 그림 쎄어더드브군 제공)

기계 수명이라는 것은... 자잘한 고장이 당연시되어 거기에 항시 대비하는 시스템까지 갖춰지게 되는 미래가 온다면... 오히려 그 개념자체가 모호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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