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ist
enzoy : 자작이네-_-; : 1998/03/23 04:05Prolog : 요샌 PC통신이 부각되면서 Netizen, Netiquette... 별의 별 단어가 다 생긴다. 신문기자들도 심심하고 낼 기사 없을 때면 "PC통신"을 기사 거리로 도마질하곤 한다. ("최초의 PC통신 결혼 커플"이란 웃기는 기사는 약 5년 전 KETEL 시절 때부터 1년마다 한번씩 보곤 한다.) 이제는 PC통신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진 자가 되어 버리는 분위기이다. 이런 말들을 듣고 있으면 마치 PC통신을 할 기계적 기반을 마련 할 생각도 못하는 사회 하층 사람들은 인간도 아니라는 가정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요즘도 많은 내 친구들은 "PC통신을 해야만 한다"라는 잘못된 -내가 생각하기에는 "상당히" 잘못되었으나 이미 전반적으로 널리 세뇌되어 버린-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자신이 그걸 할 줄 모른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나에게 "PC통신을 하게 해 달라"고, "PC통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 하소연, 윽박지름을 가하고 있는데 나는 거절도 수락도 못하며 엄청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시간은 휘이휘이 지나서 PC통신을 접한지 6년이 지나갔다. 그 동안 PC통신에 대한 수많은 일들을 겪어 보았고 어떤 때는 제3자의 입장에서, 어떤 때는 관련자의 입장에서, 어떤 때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해보곤 하였다. 어쩌다 글을 쓸 계기가 생겼으니 한번 PC통신에 관한 넋두리를 펴 볼까 한다.
__Enzoy____
Episode 1 :: 익명성.
B(B ) 안녕? 난 C인데 친구 ID 빌려 들어왔어.
A(A ) 핫하. 누가 초청하나 했더니 너였군! 안녕?
한 VAN의 채팅실에서 A라는 ID와 B라는 ID가 채팅을 하고 있다. 실제로 A는 A라는 사람이지만 B는 ID가 없어서 친구인 B의 ID를 빌려쓰고 있는 C라는 사람이다. 봤듯이 A는 그것을 알고 C와 채팅하고 있는 상황이다.
## D(D)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그때 D가 채팅실에 들어왔다. 평소에 A와 C와 D는 다 같이 학교 친구로 절친히 아는 사이이다. 그러나 방금 들어온 D는 B의 ID를 쓰고 있는 자가 C라는 것을 모른다.
D(D ) 잘 있었니 A야? 첨 뵙겠습니다 B님.
이때 장난기 많은 A가 잽싸게 B라는 ID에게 귓속말을 한다.
[귓속말 to B] A(A ) 야, 잠깐! 장난 한번 쳐보자. D는 모르니까, D에게 너가 C인걸 숨기고, 마치 첨 보는 사람인 듯이 소개를 하며 속이는 거야.
A에게 맞먹게 장난기 넘치는 C는 재빨리 귓속말로 대답을 때린다.
[귓속말to A] B(B ) 알았어! 첨 보는 사람이 자신의 자세한 신상을 직감 하나로 다 추리해 간다면 황당해 하겠지?
B(B ) 예, 첨 뵙겠습니다 D님, A의 친구분 되시나요?
D(D ) 에, A랑 좀 잘 아는 사이여요.
[귓속말 to B] A(A ) 핫하. B! 넌 역시 장난을 좀 할 줄 아는 군. 그럼.. 하나 하나씩 추리해 나가는 척 해라.
그러나 한 단계의 장난에 만족하지 않는 C. 재빨리 D에게 귓속말한다.
[귓속말 to D] B(B ) 야, D야! 사실 난 C인데, 지금 A가 나한테 이런 이런 장난을 하자고 제의했거든, 그니까 넌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모르는 척 어벙하게 나한테 속아 주는 척해라. 나중에 다 알고 있었다고 하면서 깔깔대며 A를 놀려 주자구.
D는 평소에 이러한 류의 장난을 싫어하는데, 자신이 그 상대가 될 뻔했다는 것에 심히 기분이 나빴다.
[귓속말 to B] D(D ) 이런, 괘씸한 A! 날 속이려 하다니. 그렇게 하자!
B(B ) D님은 어떻게 A랑 알게 되었죠?
D(D ) 학교 친구예요. 같은 반이었죠.
그러나 이때, 역시 A도 C에 맞수인 장난의 고수! 그도 한 수 더 뜬다.
[귓속말 to D] A(A ) 핫! 야 저 B라는 사람 말야, 사실은 C인데, B라는 ID를 쓰고 있는 거야. 근데 나하고 짜서 이런 이런 장난을 하기로 했거든! 내가 지금 너에게 이렇게 귀띔한 줄은 모르고 있으니까 모르고 B에게 속아 주는 척 해라. 나중에 알고 있었다며 C를 놀려 주자.
'허~ 이놈들 봐라 잘 놀고 있네..' D는 이렇게 생각했다. 정말 웃겼다. 이렇게 꼬인 김에 내가 한번 씩 더 꼬아 봐?? 하며 C에게는 A의 귓속말을 고자질하고, 반대로 A에게는 C에게 고자질 한 사실을 귀띔하려던 D는 '맞다!'하며 그쯤에서 멈추었다. 여기서 멈추면 D는 저 장난꾸러기 A와 C를 다 놀려 줄 수 있는 고지에 서 있게 되기 때문이다.
Episode 2 :: Network is computer.
Network is computer?? 헛헛.. 누가 그런 개소리를 했을까?
그 때가 언제였냐 하면 95학년도 2학기 종강 총회 바로 전날이었다. 난 그날 이내로 우리 동아리 CD 20장을 구워서 종강 총회 때 뿌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좀 시간이 모자란 게 사실이었지만 이미 싸게 구워 줄 업체도 알아 놓았고, 나의 하드 디스크에 그대로 "굽기만"하면 되는 상태로 CD의 내용이 다 정리가 되어 있었다, 회지 55호의 HWP 화일들만 빼고 말이다.
이제 업체에 저녁 9시까지 가기로 했으니까 시간은 충분했다. 심지 55호야 뭐, 동아리 방 하드 디스크에 있으니까 동아리 방에 전화를 해서 그 화일들을 Linux 서버 하드에 퍼 담아 놓으라고 하고, 휘황찬란히 발전한 인류의 Network 기술로 그 화일을 내 컴퓨터 모뎀을 통해 내 하드로 받아 담고는 CD를 구우러 들고 가면 만사가 해결이다. 시간도 남겠네~ (2호선 타고 두세 바퀴 돌아도 될 만큼 말이다.) 그래서 동아리 방으로 전화를 걸어서 후배에게 Linux하드로 심지 55호 화일들 뭉쳐서 올려놓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유유히 학교 전산망에 접속을 걸었다.
근데 이게 웬일이야?? 학교 전산실 모뎀이 맛이 갔나?? 접속이 제대로 안되는 것이다. 되었다 싶으면 퉁겨져 나오고 걸렸다 싶으면 반응이 없고.. 약 10분을 시도한 끝에 깨끗한 노드로 접속이 되었다. 자! 나와라 ztelnet!! (ppp 등등이 어렵던 시절임...) 되었다! 화일이 보이길래 후배를 칭찬하며 sz명령어를 때려서 받는데.. 이게 왜 또 문제야?? Z모뎀끼리 서로 제대로 안 보낸다고 난리다. 지우고 다시 시도하고를 수 차례 반복하며 시간이 좀 까졌다. 동방에 전화를 하고 나서야 내가 -b 옵션을 안 붙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다시 학교로 또 어렵게 접속을 하고 다시 화일을 받는데, 이번에는 약간 제대로 보내다가 또 중간에 서로 삐꾸가 나더니 또 끊겨 버린다.
몇 번을 그러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동아리 방에 전화를 했다. 후배에게 그 화일을 ftp/incoming에 복사해 놓게 하고 나우누리 ID를 빌려 달라고 했다. 나우누리 InterNet 서비스가 지금 공짜이니 ftp로 가서 동아리에 접속하고 받아 내면 되겠지. 그런데 얼라리오? 나우누리에서 go ftp라고 치니 계속 그 상위 메뉴인 internet으로 튕겨져 나오는 것이었다. go telnet도 마찬가지였다. 시스템 장애인 듯했다. InterNet 게시판에 가 보니 시스템 장애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스런 글들이 하나하나 차곡차곡 올라오고 있었다. 이럴! 제기이럴!
다시 동방에 전화를 해 후배에게 그 화일을 LAN타고 나우누리에 편지로 업로드 하라고 했다. 그러면 내가 나우누리에 접속해서 다운 받으면 되겠지. 그런데, 때 마침 오랜만에 멀리서 동아리 방에 놀러 오신 선배님께서 Linux서버를 가지고 놀고 계셔서 후배가 비집고 들어가 올리기에 지장이 많았는지 (동방 내 LAN이 죽어 있어서 서버로 올려야 하는데..) 올라오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젠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내 당시 2400모뎀으로 5초에 1024 byte씩 그 화일을 받는 그 애타는 심정이란~ 겨우겨우 다 받고 나서 하드에서 압축을 푸니까, 뒈헥~! 이게 왠 조화냐? 화일이 깨져서 압축이 안 풀린단다. 다운할 때 CRC에러가 많이 나긴 했지만, 이렇게 될 리가?? 그래서 다시 받아 보았다. 다시 오랜 시간을 들였는데도 마찬가지였다. 이젠 시간이 없다!! 다시 동방에 전화를 걸었다.
"후배야!! 너 지금 특따로 할일 있냐??"
"뒷풀이에 갈 껍니다."
"혹시 디스크 남는 거 있냐?"
"있습니다."
"야! 잘됐다. 너 지금 당장 회지 원고 디스켓에 넣어서 우리 동네로 가지고 와라!! 빨랑!!"
"네에?"
"돈 빌려서 택시 타고 와! 택시 비는 돌려줄께! 택시 타고 상도동 숭실대 삼거리 가주세요하고 와서 상업 은행 앞에서 나한테 전화해! 서둘러!!"
벙~쪄서 황당해 하는 후배를 다그쳐서 끝내 디스켓을 들고 오게 했다. 그래서 그 날 밤 9시부터의 작업으로 CD들은 완성되고 종강 총회 때 뿌려질 수 있었다. 참 웃기는 일이었다. 첨부터 통신으로 받을 생각 안하고 직접 디스켓 들고 동아리 방에 갔다면 왕복 한시간하고 십수분이면 해결했을 문제를 위해 통신을 활용한답시고 다섯 시간을 까고 말았으니...
근데, 소도 한번 빠진 구멍에는 다신 안 빠진다고 하는데,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 어느 날 소보다도 못한 나는 추워서 나가기 싫다고.. 눈길이라도 30분이면 걸어갈 거리에 사는 친한 후배로부터 건네 받아야 할 압축 화일을 통신으로 받겠다고 개기다가 똑같은 꼴을 똑같이 다시 연출하고 말았다. 끝내 눈길을 걸을 짓을 위해 2시간의 전화비를 낭비하고 말다니..
Network is computer?? 헛헛.. 누가 그런 개소리를 했을까? (저자주: 이 글에 나온 상황은 13년전의 상황입니다. 요즘은 통신이 아주 좋아졌습니다만.. ^^;;;)
Episode 3 :: 통신과 매스컴.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친구 방에서 놀고 있는데, 안방에서 친구 어머니께서 친구를 부르더니.. 잘은 안 들리지만 야단치는 소리 비슷한 게 들리고.. 친구가 투덜대며 방으로 돌아온다. 무슨 일인 즉슨, 친구 어머니들끼리 전화 수다를 하다가 신문 기사에 대해서 얘기하게 된 것이다. 기사 내용인 즉슨, "컴퓨터 음란물 청소년 어쩌구 InterNet 저쩌구~ 문제라네~". 덕분에 내 친구는 불려 가서 "너도 그렇지? 안 그래? 너 그러지 마라. 그러는 날엔 가만 안 놔둔다."를 주 내용으로 하는 야단, 훈계를 듣고 온 것이다. 조금 황당하긴 했다. 난 나의 부모님이 그런 야단을 안 치셔서 그런 건지, 실제로 저런 기사를 읽고 아들을 야단치는 부모도 있구나 라는 걸 처음 알았었다. 친구는 "망할 놈의 기자들! 털털털"하면서 기자, 언론을 욕하기 시작한다. (물론 기자들도, 언론들도 "망"할 것들이지만, 친구 녀석도 그 기사 내용에 관해서 야단 맞을 건덕지가 없는 결백하고 억울한 놈은 아니다. (그것이 야단맞아 마땅한 것이라면.)) 헛허~
통신, 컴퓨터를 잘 모르고, 별 관계도 없는, 길가는 일반 대중을 퍼뜩 잡고 "PC통신"에 관한 생각, 느낌을 말해 보게 한다면 분명히 안 좋은 선입관들이 많이 마니 many 튀어나올 것이다. 대중이야 매스컴이라는 교육기관에게 착실히 수업 받기 마련이니까. 실제로, 내가 언론에서 접한 "PC통신"에 대한 얘기들을 생각해 보면, 90%는 안 좋은 얘기였던 것 같다. (최근에 자주 나오는 Web, InterNet에 관한 장미빛 기사들은 빼고) 라이커, 음란물, "고등학생 공부 제끼고 PC통신에 매달려... 수업 시간에 잠만 자네.", "모르고 시외 통화 PC통신해서 전화비가 어쩌고...", "PC통신으로 여자 꼬셔서 XX해..", "PC통신 물물교환 선의의 피해자 늘어.." "남의 ID도용.. 피해자 늘어.."등등등. (저자주: 이글은 95년도에 쓴 글입니다. ^^;;;)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일들이 있다.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을 죽이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신문에 나지 않지만 후자는 신문에 난다. 100가지의 일이 일어났을 때 기사화 될 만한 2가지의 "특이한" 일은 신문에 나고, 평범하고 순탄한 98가지의 일들은 기사화 되지 않는다. 따라서, 신문에 나오는 세상의 모습을 진짜 세상 전체의 요약된 모습으로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다. 신문은 특기할 만한 일들에 관한 Summery라고 일컬어 져야 하지, 세상의 거울이라고 일컬어 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비슷하게 PC통신의 이야기에 적용을 시켜 말하고 싶은 것은, PC통신의 98가지 좋은 점이 있고 2가지의 나쁜 점이 있다치면 기사화 되는 것은 후자라는 것이다. 난 공일오비를 너무너무 좋아했었는데, 그들의 5집 앨범의 Netizen이라는 맘에 안 드는 가사의 곡을 들은 이후로 그들의 활동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 그 가사의 의도 자체가 PC통신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인식을 반어적으로 꼬집는 것이라고 두 번 돌려 생각해 봐도 맘에 안 든다.
Episode 4 :: 내 KETEL의 시작과 끝.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아끼며 잘 썼던 내 추억의 286을 산 때는 중학교 때였다. 그때 그 딜러 아저씨가 이건 서비스라며 끼워 주었던 것이 회로판 한쪽 옆 구리판 남는 곳에 KETEL이라고 에칭되어 있었던 1200bps 모뎀이었다. 첨엔 뭣할 때 쓰는 건지도 모르고 달아만 놓았다. (도깨비 폰트 롬카드처럼) 당시 난 IBM PC에 관해서는 일자무식이었다. 어느 날 친구가 고장난 컴퓨터(키보드 커넥터가 느슨히 끼워져 있었음)를 봐주러 왔다가 키보드를 다시 꽂으며 컴퓨터 뒷면을 흠칫 보더니...
하는 말: "아니? 너 모뎀도 있네!?"
내가 한 대답: "모오..뎀?? 음.. 마저 아저씨가 끼워 줬다고 한 게 그건가? 근데 뭐하는데 쓰는건데?"
[이런 멍청한 놈]이라고 말하는 듯한 벙찐 눈으로 날 쳐다보던 그 녀석 덕에 난 PC통신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맨날 KETEL 사용법을 물어보니라고 그 친구한테 전화를 하곤 했다. (그 친구가 잘 설명해 주다가 답답하고 귀찮다는 듯이 짜증을 내면 초보자인 나는 미안하고 서럽고 억울했다.) 당시 국내 PC통신의 쌍맥은 데이콤의 PC-Serve와 한경의 KETEL. 전자는 깔끔한 서비스에 유료였고 후자는 그럭저럭한 서비스에 밀리는 노드에 무료였다. 어린 나의 눈에 PC통신은 경이의 세계였다. 아무것도 없던 내 하드에 전화선을 타고 온 bit들이 쌓여 뿅하고 게임 프로그램이 되는 것을 보고 두 눈이 또옹그래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KETEL.. 그곳에는 무궁무진한 즐거움이 있었다.
초창기의 KETEL은 조잡한 면도 참 많았다. 999서버가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쫓겨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채팅 방은 걸핏하면 깨져 나가고, 하드도 자주 날아갔다. KETEL 자체 시스템 프로그램이 없던 초창기 시절에는 특정 시그널로 KETEL 유저를 맞아 주는 껍데기 프로그램을 죽이고 KETEL 서버 컴퓨터의 유닉스(아니, VAX던가?) 프롬프트로 나갈 수가 있어서 연습할 곳 없는 초보 유닉스 생도들의 연습터가 되기도 했단다 (내가 이 말의 뜻을 알게 된 건 이 말을 들은 뒤 3~4년 후였지만.). 역시 제일 재미있는 것은 채팅이었다. 당시에는 전화비가 엄청 쌌다. 지금같이 전체 누진식의 요금 체계도 아니었다. 하루에 한두 시간씩 꼭꼭 틀어 박혀 살고, 다운을 받았다 하면 2~3시간이 기본이여서 다운 걸어 놓고 자곤 했는데도 전화요금이 2~3만원 정도만 더 나왔다. (공일오비의 노래 "텅빈 거리에서" 다음 가사를 생각해 보자. : 외로운 동전 두 개~뿐~)
그러나 즐거웠던 시간은 빨리 지나가고... KETEL이 유료화 되던 날, 수많은 중고생 통신인들은 그들의 활동을 중지해야 했다.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한 달에 만원이라는 돈을 댈 경제적 받침이 있는 경우가 적었고, 모뎀의 날카로운 접속음만 들려도 도끼눈을 하고 쳐다보시는, 이 유료화야말로 PC통신을 그만하게 할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부모님들에게 한 달에 만원씩 "PC통신비"를 얻어서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며칠간 종로에서 있었던 촛불 시위에도 나가 보았다. 하지만 촛불 시위에 참가했다는 뿌듯함 내지는 보람을 느끼기 보단 갈수록 실망만 더하였다. 게시판에서 손가락으로는 그렇게도 적극적이고 또한 신랄하게 반대의 글을 마구 마구 넘치게 쳐넣는 사람들이었는데, 마치 본사 사무실에라도 뛰쳐 들어갈 듯이 글을 쓰던 사람들인데, 정작 시위에 나온 사람은 몇 없었다. 착하고 순진한 중고등학생 열 댓명과 그 외의 몇 명이 초라하게 촛불을 들뿐... 게다가 그마저 갈수록 눈에 띄게 줄어갔다. 나 역시 안 나갔다. 사람들은 항상 글로만 언성 높여 유료화 반대요! 무료화여! 망할 놈의 운영진이여! 써 대면서, 실상 행동하는 사람은 없었다.
PC통신상에서의 "활동"이란 즉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글을 많이 쓰고 잘 쓰고 하는 것이 활동을 많이 하고 잘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행동을 많이 하고 수행을 잘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자신의 방에서 혼자서, 다른 사람들 또는 적을 직접 대하지 않고 파란 화면을 바라보며 키보드를 또각거려 글을 쓰는 것은 그다지 큰 의지력, 노력,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신빨 좋은 사람 중 직접 Off-line으로 만나서 직접 얘기해 봤더니 별 것 아닌 사람도 접해 보곤 했다. 평소 생활에서 행실이 곧고 활동 잘 하고, 말에 행동이 따르는 사람은 PC통신에서도 바른 글을 많이 쓰고 통신빨이 좋다는 것은 맞는 얘기지만, 평소 PC통신에서 행실이 좋고 글 많고 통신빨 좋은 사람이 실제로도 행실 곧고, 말에 행동이 따르는 사람이라는 것은 꼭 맞는 얘기가 아닌 듯 하다.
Episode 5 :: ID 이야기.
중학교 1학년 때 영어 시간에.. 선생님이 enjoy라는 단어를 가르쳐 주셨을 때 아이들의 웅성거림과 함께 그게 내 별명이 되어 버렸었다. 내 이름과 발음이 비슷하다고 그렇게 되었다. 당시 경상도 출신 어떤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를 때 그 특이한 갱상도 억양으로 불렀던게 enjoy 발음과 비슷했던 것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 선배님(굥성)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자기 친구 윤현병이는 별명이 유니온베이라고. ^^)
그후로 난 통신에서 ID를 정할 때, 또는 필명 같은 걸 정할 때 무조건 enjoy로 일관해 왔다. KETEL의 ID도 enjoy1이었다. KETEL에서는 ID를 정할 때 6~8자로 해야 했기 때문에 enjoy 뒤에 숫자 1을 붙였었다. 당시 이용자 ID 검색을 해 봤는데, KETEL에서 enjoy로 시작하는 ID가 나 말고는 단 한 명도 없었으니 통신에서 enjoy라는 ID는 내가 원조라 말해도 될 것 같다. (너무한가?)
그러나 ID를 사전에 있는 단어로 쓰면서 그것을 자신의 이름으로 어디서나 독점하려는 생각은 엄청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대 1 때였다. 대학생이 되었으니 PC통신을 재개하려고 HiTEL에 ID를 신청하려는데, 사용자 ID조회를 해보니 enjoy로 시작하는 ID가 왜이리 이미 많은지. 힘이 푸욱 빠졌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것이 첫 글자를 대문자로 하는 것이었다. "Enjoy"로 HiTEL을 신청했다. 그걸로써 enjoy라는 사전 상의 단어를 내 이름의 다른 이름화, 즉, 고유대명사화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도 틀린 생각이었다. 세계 방방곡곡 코카콜라 자판기마다 써 있는 문자열이 어찌 고유대명사가 될 수 있으리요.
그래서 ENjoy라고도 해보았다. 허나 이 역시 잘못된 생각이었다. 대소문자를 바꾸는 것은 보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대소문자를 구분하지 않는 서버, 또는 대문자를 ID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서버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사전에 있는 단어를 자신의 고유대명사로 굳히고 싶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철자 하나를 비슷한 발음의 다른 철자로 바꾸어 버리는 것인 듯하다. 나의 경우라면 enzoy가 되겠지. enzoy라는 아이디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히 나의 마음에 들었다. 영화 그랑블루 때문에도 그렇고, 비틀려 꺾인 z로 "비틀어진 즐거움"이라는 뜻이 되는 듯도 하고. 대학에 와서 배우게 된 "효소"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는데 이것도 약자가 enz.이다. 차에 점점 관심이 가면서 페라리 Enzo도 알게되고... 제일 좋아하는 영화 그랑블루의 주인공중 한명 이름도 Enzo인 것이다. ^^;;; 이변이 없는 한 평생 쓰고 싶은 아이디이다. 유행따르는 옷처럼 아이디를 쉽게 만들고 쉽게 버리고 바꾸고 하는 것을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통신상의 Identify"라는 말이 꽤 들려 온다. PC통신의 익명성이라는 단어도 가끔 들을 수 있다. 실제로 내 HiTEL이나 나우누리 ID는 나 말고 3명 정도가 나에게 빌려 필요할 때 가끔씩 쓰고 있다. wh enzoy, 또는 li enzoy 같은 명령을 쳐서 나오는 사람의 흔적은 반드시 나의 흔적이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 흔적을 남긴 사람이 ID를 빌려쓰는 자신의 존재를 밝히는 netiquette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흔적이 누구의 흔적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예전에 잠시 Enjoy에서 ENjoy로 ID를 바꾸었던 것도 내 ID를 빌려쓰던 누군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아리에 가입을 해 버려 놓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 Enjoy라는 ID의 이미지를 왕창 망쳐 놓아 버린 사건이 연루되어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여기서 또한 한 단계 더 응용이 나올 수도 있다. PC통신상에서 어떤 못할 짓을 저질러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난받게 되었을 때 간단하게 면죄할 수 있는 탈출구가 있다. "제가 한 게 아닙니다. 저도 열받아요. ID를 도용 당했지 뭡니까?"라는 글 하나만 올리면 되는 거다.
통신 ID라는 것에서 "ID 없으면 안 내는 돈을 ID가 있으면 내야 한다"같은 개념이 사라지기 전에는, 즉 통신 ID가 주민등록증 같은 성격이 되기 전에는 해결 될 수가 없는 문제인 것 같다. 단말기 앞에 있는 사람의 안면을 확인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라이커의 문제처럼).
Episode 6 :: 글자만 보고 모든걸 눈치채야하지.
PC통신에서 아는 후배를 만났다.
kaka(후배1 ) 형 안뇽? 잘 있었어?
enzoy (나) 그래 오랜만이다.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이녀석이 갑자기 딴 얘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kaka(후배1 ) 형,형 있잖아.. 후배2말이야.. 그 녀석 형이 생각하기에 어때?
후배2라는 녀석은 평소에 후배1이랑 같이 잘 다니는, 또한 나와 잘 아는 아이이다. 그도 역시 ID를 가지고 있는데, 지금은 찾아보니 접속하고 있지 않다.
enzoy (나) 후배2가 왜? 뭐가 어때서?
kaka(후배1 ) 요즘 그 녀석 맘에 안 들어..
enzoy (나) 왜? 또 뭣 때문에 후배2한테 삐졌냐? 말해 봐.
그랬더니 이 녀석이 말을 빙빙 돌리며 이유를 못 댄다. 분명 별 것 아니어서 말하기도 어색한 것가지고 쪼쟌하게 삐졌구나 싶었다.
kaka(후배1 ) 형은 요즘 후배2하는 짓이 맘에 들어? 솔직히 말해 봐.
enzoy (나) 이 녀석아 뭣 때문에 삐졌냐니까? 왜 말을 못해?
후배1이 몇 가지 이유를 둘러대기 시작하는데 다 말이 안된다. 낌새가 이상했다. 그 때 갑자기,
kaka(후배1 ) 앗.. 엄마가 전화쓰신대. 끊어야겠어. 참.. rar 문제 물어 볼게 있는데, 형, 다시 들어 와서 물어 볼 테니까 끊지 말고 기다려 줘. 꼭.
enzoy (나) 지금 물어 봐. 메일로 써 줄께.
kaka(후배1 ) 급해~ 엄마가 성화하셔.
## kaka(후배1 ) 님이 퇴장하였습니다. ##
enzoy (나) 참네~ "급해~ 엄마가 성화하셔." 쓸 동안 질문하고 나가겠다.
/q
## enzoy (나) 님이 퇴장하였습니다. ##
나도 채팅실에서 빠져 나와 게시판을 쑤시고 다니며 그 녀석이 다시 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후배2가 그 동안 접속해서 나를 발견했는지 초청 메시지를 보내 왔다. 다시 채팅실로 갔다.
## enzoy (나)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sese(후배2 ) 형~ 오랜만이야~
enzoy (나) 그래~ 오랜만이다~ 아까 후배1도 있었는데.
sese(후배2 ) 그래? 어디 갔어?
enzoy (나) 좀 있다 다시 온댔어.
후배2와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었다. 후배1하고 싸운 일 있었냐고 물어 보려다가 그냥 후배1이 한 말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안했다. 기다려도 후배 1이 안 오길래 그냥 가기로 마음먹었다.
enzoy (나) 야. 나 갈래. 낼 아침 치과에 가야 해. 이만 자야지.
sese(후배2 ) 그래.. 담에 또 봐. 연락 좀 자주 해주고..
enzoy (나) 그려 그려. 후배1 오면 나 빨리 자야 되서 갔다고 말해 줘. 자리쓰~
sese(후배2 ) 잘 가으~
/q
## enzoy (나) 님이 퇴장하였습니다. ##
며칠 후 후배1과 전화를 하게 되었다.
내가 "그 때 말하다 말았지. 후배2하고 왜 싸웠냐?"하고 물었더니
후배1 왈 "아~ 그거. 그거 장난친 거였어. 그때 후배2하고 나하고 내방에 같이 있었는데 형이 통신에 있길래.. 그렇게 말하면 혹시 형이 욕하며 맞장구 치지 않을까 하며 떠본 거였어. 또 나중에 나 없는데 후배2가 들어와서 채팅을 하면 내가 욕했다고 후배2한테 똥껴주나 안하나 본 거야."라고 하더니, 한마디 더 붙인다.
"아무 말 않다니 형은 역시 인간이 됐어. 뒷다마도 안 까고."
핫! 살다 보니 별..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노무촤슥! 너 담에 만나면 엄청 쌔게 맞을 준비하고 있어!! 감히 그따위 장난을 해? 다 눈치까고 있었지만... 암튼 넌 주욱었어!!!"
"어어? 형 왜 그래??"
Episode 7 :: 착한 사람 바글바글?
Netizen. 이제는 개나 소나 PC통신을 한다. 당연하고도, 매우 좋은 현상일 것이다. 실제 내 주위에서도 PC통신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어디건 채팅실만 가 봐도 개떼처럼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 새삼 PC통신 인구를 느끼곤 한다. 그러나 그 많은 PC통신 인구들 중 진정 PC통신의 멋과 도를 알고 생각이 있는 PC통신을 하는 사람, 굳이 단어로 말하자면 Netizen이 아닌 Netist라고 불릴 만한 사람은 몇 분 뵌 적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그러하다고 생각을 하고, 자신을 그렇게 자칭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칭하는, 또는 자신을 그렇다 과시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많은 다른 경우에서도 대개 "그러한" 사람들이 "묵묵함 속에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에 비해 그렇듯이) 내가 말하는 "Netist"들이 아니다.
2학년 겨울방학을 하기 직전에, 셔틀버스를 타러 줄을 서다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과친구를 만났다. 1학년 1학기 때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휴학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던 친구였다. 옆자리에 앉아서 많은 얘기를 했다. 학교는 계속 다녔단다. 과에는 거의 안 나오니, 어디서 어떤 사람들하고 사는 건지? 동문회를 열심히 하는 건지, 어떤 써클을 열심히 하는건지 차례대로 물어 보았다. 아무것도 아니란다. 1학년 때 기숙사에서 친해진 같은 지방 친구들과, 그럭저럭 아는 사람들과 같이 지낸단다. 지금은 봉천 사거리 쪽에 자취를 하고 있다며 갑자기 너 PC통신 잘 아냐며 통신 얘기를 시작한다. 녀석이 PC통신에 푹 빠져 있었다. 항상 방에 틀어 박혀서 PC통신만 하며 살고 있단다. 전화비가 얼마가 나왔네. 할 일 없으면 자꾸 하게 되네.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PC통신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 편하댄다.
정말 이상한 건 사실이다. PC통신을 하다 보면 착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PC통신 세계에서는 착한 사람의 인구 비율이 높아지는 것 같다. 여러 해를 두고 보며 관찰, 생각을 해본 결과 나는 이렇게 결론을 지었다. PC통신을 하는 인구에 착한 사람이 많은 것이 아니고, 사람들 중 PC통신을 하면 착해지는, 또는 착해진 듯이 보이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통신에서는 선의를 베풀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게시판에 가볍게 글 하나 (어떤 질문을 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글) 쓰는 것에 대한 부하, 부담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인구가 그 글을 보게 되는 대도 부담이란 없다.) 많은 도움을 청하는 글이나 질문의 글이 올라온다. 그 글을 본 사람들 중 그리 무관심하지 않은 사람들은 또한 부담 없이 글 하나를 올림으로써 (작은 투자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선의를 베풀게 된다.
현실에서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자. 사람들이 바글바글 차 있는 종로 거리에 대고 "일본 만화책을 싸게 살수 있는 곳을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세요~!"라고 불특정 다수에게 소리친다면 그 이상의 미친놈은 없을 것이다. 보통의 용기가 필요한 짓이 아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 중 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도 잘 답해 주지 않을 것이다. 측은히 여겨 답해 주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쪽팔려서 그 사람 곁으로 가서 가르쳐 주기 싫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곁에 가서 답을 해주려는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엔 질문한 사람이 그를 믿을 수 없다. (그 평범하지 못한 호의가 정말 사람이 너무 착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질문자를 정신병자나 골빈 놈으로 보고 접근하는 사기꾼일지 알 수 없어서) 들어 놓고 보니 이 예는 과장된 면이 없지 않군.
아무튼 통신상에서의 어떤 "활동"에 대한 부하가 매우 적은 것은 사실이다. X여대생에게 채인 후 잠시 정서적 안정을 잃은 한 사람이 X여대 정문 앞길에서 "X여대생들은 다 골빈 인형들이다!"라고 소리칠 용기가 없다 하더라도, 편하고 안전한 자신의 방에 있는 자신의 컴퓨터 앞에서 통신에 X여대 동아리 게시판에 똑같은 내용의 글을 쓸 용기는 있을 수 있다.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건 말이다.)
Episode 8 :: 회선상의 아리아.
24시간 채팅실은 열려 있다. 말동무가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 언제건 나와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어디선가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0과 1로 논리적으로 만들어진 많은 방들에 나와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언제든지 사람이 그리우면 찾아오면 된다. 그런데 잠깐만. "사람이 그리우면" 이라고? 그 말에서 약간이라도 이상한 것을 느끼지는 못할까? "사람이 그리우면"이란 말에는 어폐가 있다. 홍등가를 찾는 사람은 육체가 그리운 거지 사랑이 그립다면 어폐가 있을 것이다.
홍등가와 비교를 하다니 조금 심하긴 했다. 나도 가끔씩 채팅을 꽤 즐긴다. 대부분 평소에 알던 사람을 PC통신에서 만나 채팅을 하고, 간혹 PC통신에서 글자로만 사귄 사람들과도 채팅을 한다. 그리고 또한 가끔은 위에서 말한 이유로 무작정 채팅실로 가 말상대를 찾기도 하는데, 그럴 땐 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혹시 난 사람과 얘길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람과 얘기할 때의 재미나 편안함, 또는 사람과 내가 얘기를 하고 있다는 데서 오는 자기 만족감, 외로움을 메꾼 듯한 편한 기분 같은 나의 "감정"을 즐겁게 하기 위한 청량제로서 채팅실의 사람들을 찾는 것이 아닐까? 채팅실에서 만난 사람들은 부담이 없다. 지나칠 정도로 부담이 없어 방금전 처음 만나 30분 후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나서 몇 시간을 몇 년을 사귄 친구한테도 잘 안하는 얘기까지 하다가 헤어진 후 다신 안 만나도 안 될 것은 없다. 어찌 보면 인스턴트 말동무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에 난 그런 채팅을 할 때면 나 자신에게 묘한 반감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Cyber Space에 대해 반감을 지니고 있다. Cyber Space의 구현을 심각하게 생각하며 오히려 현재의 세상보다 더 완벽할 수 있는 가능성을 꿈꾸며 그것만의 세계의 실현을 동경하는 사람도 간혹 보았다. 하지만 나의 사상은 정반대이다. Cyber Space는 결코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bit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분자로 이루어진 "유기체"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직접 눈앞에 실체로서 보이는 것, 나의 성대가 직접 울린 공기를 상대방의 고막이 직접 느끼는 것, 빠진 주파수 없이 들리는 목소리의 어조, 감정 표현, 빠진 방향 없이 느껴지는 몸짓, 스킨쉽 등이 "만남"에 절대적인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Cyber Space는 만남의 다양한 방법중 하나인 도구로서는 매우 유용하지만 그것이 주가 되는 세계는 좋게 상상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난 PC통신에서 만나 PC통신으로만 친해진 친구가 거의 없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1~2년 같이 PC통신한 친구가 몇 있었는데, 대학에 온 후 PC통신을 너무 띄엄띄엄 하게 된 후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몇 년을 못 보다가 PC통신에서 감격적인 재회를 했던 옛 친구한테도 PC통신으로는 연락하게 되지 않는다. ID를 빤히 아는데도 말이다. 중1때 내가 초대 홍보부장을 맡았던 KETEL 애드립 동호회의 시샵이셨던 분의 HiTEL ID를 알게 되어 서로 "열심이었던 그 시절"을 회상하는 메일을 몇 번 주고받은 적도 있는데, 이젠 서로 연락 안 한지도 오래다. HiTEL에서 fi명령어로 접속이 확인되는 동아리 사람에게도 채팅을 걸게 되지 않는다. 내가 Cyber Space에 대해 저런 생각을 지녀서 이렇게 된 것인지, 이렇다 보니까 저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괜시리... 사람은 적었고 친한 사람은 많았던 KETEL이 그립다. 지금 내가 PC통신에 접속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이 자료를 다운 받으러, 어떤 영화를 보려는데 극장을 알아보려고, 모르는 것을 문의하거나 새로 나온 3차원 처리 칲이 달린 Video카드의 정보 같은 것을 접하러, 가격 시세를 알아보러, "삽니다 팝니다"란을 활용하려... 같은 것이다. 나에겐 하나의 정보 공급체일뿐이랄까.
Episode 9:: 무한 정보의 보고.
그렇다. Network는 엄청난 정보의 창고이다. 이제는 Know-How보다 Know-Where가 더 중요하단 말도 많이 들려 온다. (무조건 그렇다기 보단 경쟁자와 나의 Know-How가 비슷할 때는 Know-Where가 더 중요한 것 같지만) 내가 원할 만한 그 어떠한 정보도 InterNet의 어디엔가 반드시 있다. ("내 수첩을 어디다 두었더라?" 내지는 "나의 간장은 건강할까?" 요런 거 말고..) 습작으로 포커 게임을 만들려고 하는데, 포커패 순서(한마디로 '족보')를 모른다면 백과사전을 찾는 것보다 Yahoo에서 Poker나 Cards같은 단어를 쳐서 포커 사전이 있는 사이트를 찾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 (마작의 경우라면 백과사전이 더 빠르겠다, 아직은.) 실로 전세계에는 별라별 사이트들이 다 있다. 만화 그림을 제공하는 곳에서부터 최신 유전자 조작 기술이 자세히 나열되어 있는 곳까지. Network가 밑도 끝도 없는 정보의 창고라는 걸 말하려고 이렇게 굳이 InterNet까지 거들먹거릴 것도 없다. 국내의 VAN 하나만 거들먹거려도 된다. 전반적으로, 뭔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 이보다 더 좋은 방법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쓸모 있는 정보가 많은 만큼 쓸데없는 정보도 많은 것 같다. 여러 게시판의 여러 게시물 중에는 진정 쓸데없는 것들이 적쟎이 있다. 별 내용이 없는 글이라 하더라고 인간미를 느끼게 해준다거나, 아니면 특정 사람들이 읽었을 때 큰 의미가 보여진다거나 한다면 그 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법인데, 어떤 식으로 의미를 주려고 해도 의미를 줄 수가 없고 쓰레기일 따름인 글들이 꽤 있다. 그러한 쓸데없는 글들과 의미 없는 이진 자료들은 실생활에서의 누군가가 떠드는 쓸떼 없는 소리와는 다르다. 그 글의 글자들은 그 시스템의 하드 디스크를 엄연히 차지하고 있다. 엄연히 제목 리스트에 끼어서 다른 정보를 검색하려는 사람들의 모니터 한화면에 표현될 수 있는 정보의 수를 줄인다. 그러한 쓸따구 없는 글들은 쓴 사람 자신 말고는 아무도 맘대로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그러한 쓸 데 없는 글을 쓸 만한 사람들은 시스템 관리자들의 고통을 덜어 주려고 가끔씩 게시판을 점검하여 이미 의미 없어진 자신의 글을 지우는 사람들이 아니다. 결국엔 그러한 것들은 시스템에 Gabage아닌 Gabage로 남고, 시스템 관리자들은 그러한 낭비 비트를 어찌 처리할까 고심을 한다. "사람"의 글이니 무시하고 지워 버릴 수도 없고, 갈수록 느는 통신 인구에 갈수록 느는 게시물에, 게시판 갱신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그때마다 고용량의 백업 저장 매체가 소모된다. 생각 없이 PC통신이 글쓰는 사람들은 그러한 시스템 관리자들의 고통을 전혀 알지 못한다. 곧 넘칠 것같이 모자라는 저장 공간을 최대한 쥐어 짜 써야 하는... - Q/A란에서 몇 개월이 지난 글들에서는 답변글만을 남기고 질문글을 골라서 지우는 작업까지 하는 게시판 관리자의 고충과, 150MB로 할당받은 자료실 공간에 허덕이며, 자료실이 넘칠 것 같으면 수천 개의 자료들을 둘러보며 새 버젼이 올라온 유틸리티의 옛 버젼들과 중복자료, 중요치 않은 자료, 개인자료들을 골라 지우고도 공간이 모자라 안타까워하는 어떤 작은 동호회 자료실 관리자의 서러움을 모른다. 그래서 통신의 도를 아는 Netist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자신이 올린 글과 자료를 li명령어로 점검해서, 이제는 한치의 의미도 없는 글이나 자료가 있으면 지워 버린다고 하던가? 관리자의 고통을 덜어 줘서 나쁠 것도 없지 않은가? 아무리 그 시스템의 서비스가 거지같다고 해도 말이다.
Episode 10 :: 욕먹는건 서비스 업체의 의무? ^^
욕 안 먹는 정치가는 없다. 모든 인구가 정치가 한사람한테 만족할 수는 없다. 위험한 비유일지 몰라도, 욕 안 먹는 VAN이 없다. 항상 VAN의 이름에는 그것을 비꼰 별명이 붙어 다녔다. KETEL은 케텔이란 발음으로보다는 개털이라 불렸고, HiTEL은 로우텔로 불린다. 날카로운 사용자들은 서버의 한치의 오류도 그냥 넘기지 않고 비판을 가한다. 우리 나라 3대 VAN의 각 슬로건에 대한 농담이 그걸 대변 해준다.
HiTEL :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천리안 : "이 서비스의 요금은 분당 얼마입니다."
나우누리 : "이 서비스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저자주: 자꾸만 말을하지만, 이 글은 옛날에 쓴 거라 현재 실정과 안 맞는 부분이 많습니다.)
천리안은 천리안대로 요금이 어떠쿵 시스템이 저떠쿵, 하이텔은 하이텔대로 서비스가 어떠쿵 속도가 어떠쿵 사용자지원자세가 저떠쿵, 나우누리 나우누리대로 신생이라 인구, 정보 자원, 서비스가 상당히 모자란 것이 불평거리였고, 그런 것이 어느정도 해결되어 위에 나온 마지막 나우누리의 농담이 맞는 얘기가 아니게 될 때쯤 슬로건은 "서비스 장애입니다. 잠시후..."로 바뀌어져 말해졌다. 초창기에 비교적 욕안먹고 사랑 받던 나우누리도 이젠 시스템이 맛가기 시작하고, 노드가 모자라기 시작하자 많은 불만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나도 VAN을 사용하다 보면 짜증나는 상황을 많이 겪는데, 수천 명이 달라붙어서 쓰는 거대한 시스템 관리하기가 어디 쉽겠냐 하며 넘어갈 때도 있지만, 또한 당장 HiTEL사로 달려가 사장 책상을 걷어차며 "이것도 서버냐? 갈아엎어라 엎어!"라고 소리치고 싶을 때도 많다.
그건 케텔때부터 그랬다. 그래도 케텔은 공짜니까~ 하면서 애교로 넘겨 줄 수가 있었는데, 하이텔에 대해서는 용서 못할 욕설이 마구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야기 5.3이전엔 버그가 있어도 프리웨어니까~하면서 넘겨 줄 수가 있었는데, 6.0이후에는 사소한 버그만 보여도 이를 갈 듯이.) 케텔 때 내 친구가 코털(KOTOL)이란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었다. DKBY(램상주한글)같은 것을 띄우고 이것을 실행하면 케텔의 초기화면과 비슷한 코털의 초기화면이 나오고, ID를 치고 비번을 치고 로그인을 한다. (물론 모뎀과는 전혀 상관없는 프로그램이다. 화면에 글자만 뿌릴 뿐.) 비밀번호를 모르니 (실은 비밀번호는 typhoon1이었쥐..) 아무렇게나 치면 "이번 한 번만은 봐준다"는 식의 메시지가 나오며 로그인이 되고... 마치 케텔을 돌아 다니는 듯한 화면이 계속 나오는데, h명령어를 치면 "혼자 힘으로 해 나가!"라는 식의 메시지가 나오고, 전자메일을 보내려면 우표를 먼저 사야하는데 항상 우표 판매란이 "우표파는 아줌마가 안계신다"라는 식으로 정상운영이 안되어 메일을 보낼 수가 없고, 어디서 x명령어를 치면 "여기서는 그거 치지마!"라고 나오는 등(나오는 메시지도 항상 난수로 다르다.), 대부분의 메시지가 헛소리에 반말이고, 말도 안되는 구조를 가져서 폭소를 자아내는... 케텔을 비꼬아 웃어보자고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접속을 끝내려고 하면 "끝내려면 Y를 누르고 <Enter>를 누르세요"라고 나오는게 아니라 "진짜 끝낼라면 342195960232103145632 를 치고 <Enter> 키를..."이라고 나온다. 한때 엄청 유명해졌던 프로그램이었다. 곧이어 코털을 따라 만들며 자료실란을 강화시킨 아류작 "콧물"도 나오고, 혼자서 코털을 만들었던 내 친구는 팀까지 꾸려 좀 더 화려한 코털2를 구상했었는데, 끝내 출시하지는 못한 걸로 알고 있다. 아고, 얘기가 잠시 거터로 빠졌다. 암튼 욕을 안먹는 VAN이 없다. 사람들이 해대는 욕의 근거가 없는게 아니다. 해주는 서비스가 그지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가끔씩 어떤 불평의 글을 읽고 저건 너무하지 않나 싶을 때도 있다. 최근 맛이 간 나우누리 시스템을 신랄하게 욕하는 사람의 글을 보니 그 사람은 그래도 HiTEL에 비해서는 나우누리에서만 신경써 주고 있는, 나우누리 초기에 칭찬 받던 "사용자 편의 주의"의 고마움을 말끔히 잊은 듯 했다. 그 편의들은 당연하니 왈가할 것 없고 이 서비스는 지금 제대로 못해 주니 욕먹어 싸다는 태도였다. InterNet을 공짜로 서비스해 주던 12, 1월에도 비슷한 것을 느낀 적이 있었다. 서버 측에서 오류 수정을 위해서 잠시 InterNet 서비스를 끓었더니 InterNet 게시판에 수많은 비판의 글이 누가 더 신랄한지 경쟁이라도 하듯 올라오는 것을 보며 '고맙게도 공짜로 해주는 서비스 잠시 끊었다고 저럴 수가 있나? 아니, 당장에 HiTEL이나 천리안에 가서 돈 내고 써 보지 그러셔?'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 권의 책을 보더라도 오자가 많은 책은 오자가 자꾸 눈에 띄어 거슬리지만, 오자가 없는 책이 "와! 이 책은 오자가 없어서 깔끔하군."하고 느껴지는 일은 거의 없고 그냥 보통 책으로 느껴지기 마련인 인간의 심리 방식 때문일까? 하지만 나도 당장에 서비스가 날 짜증나게 만들면 그간 그 서비스가 나에게 주었던 수많은 편의들은 까맣게 잊어버리게 하고도 남을 분노를 느끼는 걸 어쩌랴?
Episode 11 :: 선상의 1만원.
1월에 (즉, 방학중이었다.) 수원에 내려 갈 일이 있었다. 용무를 다 마치고서는 돈을 부칠 일이 있어서 우체국에 가서 우체국 통장 시스템에 돈 7만원을 온라인 입금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오려 하는데, 아뿔싸!! 큰일이었다. 생각해 보니 수중에 서울 갈 돈이 없었다. 멍청한 나는 갈 차비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주머니엔 달랑 250원과 십원짜리 몇 개였다. 이를 어쩌나... 수원에 아는 몇몇 친구들은 이미 다들 군대엘 갔거나, 방학후 퇴사해서 고향 간지 오래고... 막막했다. 서울까지 걸어가야 하나? 히치하이크라도 해야 하나? 전철이나 버스에 무임승차하고 볼까? 차 있는 친구, 선배한테 전화를 해? 막막한 나는 우선 수원 역까지 걸어갔다.
아! 맞다. 나에겐 은행 현금카드가 있었지. 그래서 가장 가까운 은행을 찾아가서 타은행 카드도 지급해 주는 현금지급기를 찾았다. 그러나 BUT 기계에 카드를 넣으며 스치는 생각. 아뿔싸! 내 통장에 남은 잔액이 거의 없을 텐데.. 만원 이하 단위는 지급이 안되니 이 방법도 글렀구나. 다시금 걸어가나? 무임승차를 하나? 등등의 생각을 하며 '그래도 혹시'라는 마음으로 잔액 조회 버튼을 눌러 보았다.
홧! 살았다. 2만원이 넘게 잔액이 남아 있었다. 동아리 CD를 배달받은 선배님들이 온라인 입금한 돈이었다!! 만세만세만만세! 그래서 전선을 타고 수원으로 날아 온 내 돈 1만원을 뽑아서 수원역 오락실에서 오락도 좀 하다가 무난히 집에 왔던 것이었다. Network가 아니었다면 나는 멀리 타향 땅에서 힘든 고생을 했을 것이다. "Network가 발달되길 잘했지"라고 새삼 느끼면서, 근래에는 저런 느낌을 가져 본지 정말 오래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로 Network는 꿈의 기술이다. 거리, 위치의 거멀못을 없애 주고, 무엇이든 가능하게 해주고, 무한의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술이다. 인간이 쉽게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 SF 영화의 많은 장면들에 상상자로부터 가정되지 않아도 저절로 뒷편에 가정되어 버리는 것이 Network이다.
그러나... 누가 그런 말을 했던가? "잘 쓰면 고마운 불, 방심하면 위험한 불"이라고.
Epilog : 통신에서 후배들에게 능욕(?)당한지 약 2주 후에 그 녀석들을 만났다. (굳이 통신 용어를 쓰자면: Off-line으로 만났다.) 약속대로 녀석들에게 쎄게 꼴밤 몇 대씩 먹여 주고 나서 한마디했다. "야! 후배2. 후배1이 너 하는 짓이 요새 진짜 맘에 안 든데. 조심해라." 그러자 후배들이 놀리 듯 언성을 높여 말했다. "뭐야 형? 썰렁하게~ 장난이었다고 말했자너~ 방금 전 때린 건 뭐야?" 난 후배1을 보며 심각하게 말했다. "그거 말고.. 그 다음 번에 너랑 나랑 정말 둘이서 채팅 할 때 니가 다시 그랬쟎아! 이건 장난 아닌데 후배2가 정말 맘에 안 든다고." 순간, 후배1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똥그란 눈으로 날 쳐다보고, 후배2는 눈을 부라리며 후배1에게 말했다. "야.. 너.. 뭐라?" 핫핫핫. 난 깔깔 웃으며 후배2의 등을 치며 말했다. "깔깔깔... 화풀어, 화풀어! 장난이다 장난! 짜식아. 그런 적 없어. 내가 괜히 한 번 꾸며 말해 본 거다.. 낄낄낄.." 약간의 썰렁한 침묵 뒤에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아니~? 뭐야 형!!!! 그따위 장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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