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무림 #1 화성인연

enzoy : 쇠털나날/FunSeek - 웃음거리 : 1999/02/12 17:12

가차유머가 유행하던 시절에 한가닥 하던 유머글. 신철수님의 집필. 수원 서쪽에 살아본 사람들에게 공감탱천!

부부무림 천리추향(千理追香)

제 1 장 만남 - 華城因緣(화성인연)

수원성. 당금황제가 기거하는 서울의 관문. 200여년전 황제가 천도를 고려하여 특명으로 건립된 대성곽이다.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로서 한때 화성이라고도 불리우기도 하였다. 웅장한 사대문과 단단한 화강암벽, 그 안에 20만호의 백성이 삶을 영위하고 있고 시전, 주루가 늘어서 기호지방의 중심지로 번창하고 있다.

자정무렵의 수원성은 밤의 정적이 감고 있었다. 그러나 한시도 조용할 수 없는 구역이 있으니 일명 '八達妖花路(팔달요화로)'. 수원성 남문을 방사형으로 둘러싼 주루 밀집지역이다. 일단의 남녀 젊은이가 이미 상당히 酒醉功(주취공)연마를 한듯 비틀거림속에 무거운 보법을 시전하고 상인들의 호객소리는 각주루에서 손님을 끌기 위해 교묘히 흘려 보내는 풍류음과 섞여 상당한 내공을 지닌 고수를 제외하고는 옆 사람과의 대화조차도 힘들 정도였다.

이 속에서 세 명의 준미한 청년공자가 한 주루로 들어서고 있었다. 근처에서 풍기는 향긋한 주향만으로도 이들은 이미 군침을 삼키면서 그동안 힘들여 수련한 각종 초식을 시험할 기회를 노리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이들 중 가장 연장인 듯한 자가 전음으로 속삭였다.

"사제, 주루 이층 좌측 두번째를 보게. 연공중에도 호신강기를 펼치다니 초일류급의 여협들일세. 저 낭자들의 내공으로 미루어 무공을 수위가 강호... ..."

사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명이 이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대화 중 잠시 인형이 흔들거렸을 뿐인데 그는 이미 삼십장 이상 떨어진 장소에 있는 것이었다. 주루내의 취객중 안력이 높은 극소수만이 이를 알아차리고 그의 경공조예에 혀를 내두룰 뿐이었다. 그가 시전한 보법은 전대의 세외 기인 존슨벤의 百米九秒(백미구초)였다. 존슨 벤은 세외 최고의 경공법을 창안하고 십여년전 무림경공 대회에서 우승하여 강호를 놀라게 하였다. 그러나 내공을 일시에 격발시키는 마령단을 복용하고 무리하게 혈류를 상승시켰기 때문에 혈도의 기가 역류하여 다시는 상승무공을 전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명예욕을 탄식하며 머리를 깍고 다시 세외에 은거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후 십여년간 강호에서 백미구초를 시전한 무사는 아무도 없었고 어느새 전설 속으로 사라져가던 중이었다. 그는 이미 네 명의 낭자가 담소하는 자리의 앞에 서있었다.

"휴- 놀라운 신법이군요! 백미구초는 역시 최고의 경공이예요. 소녀가 한 잔 올리지요."

소녀 중 한명이 교구를 틀며 살짝 웃음을 머금고 말하였다. 원래 일반의 여염집 규수들에 있어서 외간남자와 자리를 함께 하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으나 그녀들은 강호의 대담한 여협이었고 평소 자신들의 무공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서 강호의 젊은 무사를 우습게 알던 터라 수줍음이나 공손한 여인의 내숭을 경멸하고 있었다. 그러나 술을 따라 건내 주며 그녀는 은연중에 잔에 내공을 주입하여 술잔을 덥혔다. 그녀는 자신들의 대화를 방해한 젊은 고수를 골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이다. 잔에 의하여 데워진 맥주는 강한 謁蠱屹(알고흘)이 발산되고 있었다. 무림태동기에 斗酒不死(두주불사) 苽州忙苔(고주망태)라는 고금의 사파 대종사가 출현하여 강호에 희대 혈겁을 자행하였는데 그가 노년에 창안한 내공심법이 주취공이다. 주취공은 일종의 극독인 알고흘을 차에 타서 음독하고 다시 운기조식으로 그 독을 제거하며 각 혈맥을 타동하는 상승 내공심법이다.

그러나 수천년간 개량되어 강호에 배포되면서 이제는 내공을 급속히 상승시키는 일반적인 방법의 하나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내공의 고하를 겨루는 방편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주취공의 수련을 금지 시키자는 여론이 무림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일부 무림인이 빠른 성취를 바라는 욕심에 자신의 내공수위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수련하다 주화입마을 입거나 너무 주취공에만 전념하여 알고흘에 중독되어 폐가망신한 무사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고맙심더. 주취공 연공중이었나 봅네-예. 마, 무림맹산하 서울무공도 장에서 수련중인 최승필이라고 하는데-예. 오늘는 두 분 사형을 모시고 마, 바람을 쪼까 쐬러 안나왔능겨? 고마- 무림동도끼리 무림정세에 대하여 진지하게 대화 좀 가져 보입시더."

一手無退(일수무퇴) 최승필. 그는 이미 강호에서 후기지수중 최고기재로 꼽히는 水原三技(수원삼기)의 막내로 변방 진주에서 무림맹에 발탁된 수재였다. 특히 경공수련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사부의 허락을 받고 멀리 세외에까지 간적이 있었다. 그는 평소에는 세련된 경성어를 구사하였으나 소녀들의 미색에 심지가 격탕되어 자신도 모 르게 출신지의 변방어가 튀어나온 것이다. 승필은 자신을 주시하는 다섯쌍의 눈망울을 의식하며 황급히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평소의 그라면 그러한 잔재주는 어림없는 수작에 불과했으나 신중히 생각하기엔 소녀들의 웃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왔다. 그 순간 만면에 웃음을 띠며 대사형 萬敗不請(만패불청) 한남수가 나타났다. 만번의 비무에서 패하며 자신의 무공을 완성하여 이후 무공대결에서 한번도 패하지 않은 그였기에, 후각을 자극하는 주향과 당황한 사제의 모습에서 한 순간에 상황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나 사제를 돕기 위해 내공을 끌어 올려 소녀들과 다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역시 가까이서 보니 모두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미녀들이었던 것이다. 소녀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는 없었다.

"사제! 낭자들의 수련을 너무 방해하지 말게."

그는 시간을 끌며 알고흘이 날아가길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먼저 인사나 나누십시다. 한남수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기 오는 친구는 伐閥劍(벌벌검) 신철수입... ..."

그는 포권을 하며 소녀들에게 인사하였다. 그러나 인삿말을 끝낼 수 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같이 포권하는 소녀들은 암암리 공격적인 진세를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녀들은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평소 협명을 들어온 수원삼기를 만나자 슬며시 호승심이 일어났던 것이다. 남수는 승필이 빨리 상황을 인식하기 기대하고 그를 쳐다 보았으나 그는 아는지 모르는지 잔을 훌쩍 비워버렸다. 약간 연약해 보이는 소녀가 머리를 흔들어 허리까지 내린 긴 머리를 출렁이며 잔잔히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살포시 입술만 움직였을 뿐인데 내공이 실린 그녀의 옥음은 시끌벅적한 주루구석에서도 은은하지만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저희는 公州五美(공주오미)인데 한명이 중요한 일이 있어서 빠지고 네 명이 수원성에 왔다가 마침 주취공을 연마중이었어요. 수원삼기의 협명은 익히 들었는데 직접 뵙게 되니 영광이예요. 저는 박명숙이라고 합니다."

주루는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취객중 일부는 옥음이 들린 곳을 흘큼거리며 쳐다보기도 하였고 사파고수임을 떠들던 어떤 이는 무기를 들고 슬금슬금 도망치기도 하였다.

공주오미 - 당금무림에 나타난 폭풍의 핵, 충남 공주성에 은거한 전대의 정,사 장문인급 초일류 고수 십삼인의 공동전인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여인들이었지만 유달리 의협심이 강하여 불의를 행하는 자는 정,사 문파를 가리지 않고 단죄하는 협의도를 걷고 있지만 그 수법에는 잔인하고 사이한점도 지적되는 신비의 여인집단 - 그들의 출현이 었다.

"血微蘇(혈미소) 박여헙이셨구려. 그런데 어떤 가르침이 있으신지... ..."

남수는 애써 놀라움을 내색하지 않으며 정중하게 말을 하며 염두를 굴렸다.

'명불허전, 공주오미가 이리도 아름다울수가! 오히려 소문을 능가하지 않는가? 이들은 정.사 구분이 모호한데 조심해야겠군. 제발 이사제가 설치지 말아야 하는데... ... 다행은 한명이 빠져서 이 미녀들의 최강절기인 수라오미파혼진은 펼칠 수 없다는 점 이다.'

"남수공자, 만패불청의 외호가 궁금한데 약관의 나이에 만번의 대전을 경험하다니 존경스러워요.도대체 몇 번의 무공대결을 가지셨죠?"

사실 지금같은 평화시기에 만번의 비무는 꿈에나 가능한 경력이었다. 타인의 외호에는 일체의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 강호의 율법이었다. 이것은 명백한 시위요, 도전인 것이다. 남수는 애병인 矛羅嵋乃恁筆(모나미내임필)의 손잡이를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이 소녀들은 상당히 당돌하군. 나의 대전경력을 묻다니, 이것은 거기에 일을 더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이때 굼벵이 수법으로 자리에 도착한 비구검이 숨을 헐떡이며 소리쳤다. 그는 이미 양손에 八八(팔팔)과 羅二打(라이타)를 꺼내 들고 있었다.

"소저, 본 벌벌검객 신철수가 혈미소 박여협의 여의혈삭을 받아보겠소 ".

갑자기 주루의 분위기가 썰렁해지며 주위에서 연공중이던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비켜섰다. 철수는 검미를 꿈틀대며 천천히 자리를 둘러보았다. 일수무퇴 최승필이 체내의 혈류를 따라 흐르던 알고흘을 코끝으로 몰아내는 중이었다. 철수는 양손을 모아 발화의 자세를 취하였다. 자신의 절기인 喫煙(끽연)의 일초식이었다. 끽연은 發火(발화), 吸煙(흡연), 吐煙(토연), 屍死來奇痛(시래기통)의 총 사초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초식속에 다시 삼십칠초의 변초가 숨어있다. 역시 강호의 일반에 널리 유포되어 있으나 각각의 변초가 다양하여 삼초식이상 수련한 고수는 드물었으며 특히나 마지막 사초식은 기괴하여 연성한 고수는 강호에 손꼽을 정도였다. 그는 이미 사초식의 칠성까지 연마한 상태였다.

장내는 숨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철수는 전신의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하는 것을 느끼며 서서히 좌수의 엄지에 내공을 끌어 올리고 있었고 기병 라이타는 특유의 탁음을 내며 금방이라도 불을 토할 기세었다. 혈미소는 더욱 짙은 미소를 띄우며 교구를 틀어 허리에 감은 핏빛 빨래줄을 서서히 풀어내렸다.

"잠깐 - ! 소녀는 김은경이라고 해요. 수원삼기의 협명은 귀가 따갑게 들었지만 주취공에는 어떤 조예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김은경은 공주오미중 세번째인 火狐一美(화호일미)로서 당대석학 제 직공의 질녀로 공주십삼숙의 문하로 들어가기 전에 서초유림동, 미림고학 등에서 수학한 유림명문가 출신이었다. 그녀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현란한 화술과 재치있는 언행으로 노년의 사부들에게 사랑받는 제자였다. 무공광인 사부들과 엄격한 장로들도 그녀의 장난에는 너털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그녀는 수원삼기와 공주오미의 맞대결은 비무중 본의아니게 서로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음을 간파하고 상처를 주지 않고 서로의 무공을 비교할 수 있는 주취공을 제안한 것이다.

화호일미는 혈미소에게 전음으로 의도를 전하였다. 그러자 승필공자에게 술을 권한 소녀가 수원삼기를 번갈아 보며 다가섰다. 珠中蘭花(주중난화) 강숙형. 세간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고주망태의 직계로서 가전의 주취공을 십이성 대성하여 가문이 공주에 뿌리 내린 이후 최대의 성취를 보인 보옥이었다. 공주십삼숙의 혹톡한 고련중에도 틈틈이 주취공의 정화를 가다듬고 사매들에게도 주취공을 전수하여 공주오미중 玉梅花(옥매화)를 제외한 삼인은 이미 구성에 육박하는 성취를 보이고 있었다. 상대가 수원삼기인지라 은경은 자신들의 숨은 장기인 주취공으로 대결을 유도한 것이다. 숙형은 은경의 속마음을 읽고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수원삼기와 함께 주취공을 연마한다면 소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남수는 잠깐 생각했다.

'음 -. 최근 명성을 떨치는 공주오미는 사인만으로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삼사제가 선공을 당한 지금 피를 볼 수도 있는 비무는 더욱 곤란하다. 우리의 체면을 생각해 주다니 사려가 깊은 소저이군. 그런데 보통 여인은 주취공의 성취가 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취공의 대결을 먼저 요구하다니 무언가 석연치 않구나!'

혈미소와 벌벌검은 어색하게 물러섰다. 이때 운기조식을 마친 승필이 외쳤다. 그는 여린 소녀에게 일격을 당하여 몹시도 자존심이 상한 상태였다.

"좋소, 먼저 강소저의 가르침을 받겠소. 일수불퇴요."

그는 공주오미의 진세속으로 거침없이 쳐들어가며 탁자에 앉았다. 그러자 맥주잔이 강숙형을 향하여 허공에 둥실 뜨는 것이 아닌가? -섭물허공!- 적어도 일갑자 이상의 내공이 뒤받침되어야 전개할 수 있는 초상승 내공수법... ... 강숙형은 그의 내공조예에 놀랐지만 지지 않고 절기를 펼쳤다.

"一千屍屍 袁-施-狎(일천시시 원시압)."

일천시시 원-시-압... ... 이천년전 세외기인 코부랑태의 절기이다. 이 초식에는 파해법이 없었다. 그저 같은 초식으로 맞대응하는 것만이 유일한 수비이다. 공격과 수비가 단 한 초식인 셈이다. 그는 단 하나로 이루어진 초식으로 일세를 풍미하다 세외에 적수가 없음을 한탄하다 죽어갔다. 전대의 비기가 일개 소녀의 몸에서 발출되어 나온 것이다. 일수불퇴는 순간 자신의 성급함을 원망하며 같은 초식에 변초를 섞어 응대하였다. 그는 당장 기혈이 엉기고 혈도가 막힘을 느낄 수 있었다. 코끝에 간신이 몰아 놓았던 알고흘이 새로운 알고흘의 흡수로 다시 준동하기 시작하였다. 입으로 알고흘의 역한 냄새가 넘어오는 것을 억지로 눌러 참았으나 혈류를 따라 안면에 흐르르 붉은 기운을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중난화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남수는 상황이 위급함을 느끼고 황급이 승필의 옆좌석에 좌정하였다. 옆좌석에 있던 은경이 살짝 자리를 열어주었던 것이다. 그는 목례로 고마움을 표시하며 입을 열었다.

"과연, 주중난화 강소저의 주취공은 단연 강호에 일절이라 할 수 있을 것이외다. 본 공자는 놀라울 뿐이오."

그는 숙형의 완벽한 초식을 칭찬하는 중이었으나 은연중에 우수를 등 뒤로 돌려 승필의 장문혈에 기를 불어 넣고 있었다. 은경은 미미하게 웃으며 못본 체 하였다.

"벌벌검객도 자리하시지요."

옥매화 권미애가 옥용을 가린 망사를 걷으며 세공자에게 한번씩 눈길을 주었다. 옥매화는 청초함과 요염함을 동시에 겸비한 究陰天女之體(구음천녀지체)였다. 세 청년고수는 그녀의 뇌살적인 아름다움을 접하자 정신이 혼미해지며 기혈이 역류함을 느꼈다. 벌벌검객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으나 옥매화의 교구가 흔들릴 때마 다 아련히 번지는 구음천녀 특유의 향기에 기혈이 진탕되어 내공의 흐름이 불규칙함을 느꼈다. 모두 좌정하자 혈미소가 예의 미소를 띄우며 눈짓을 보낸 후 사매들의 합공을 유도하며 두주불사에게 전수받은 음유지공을 펼쳤다.

"芝-華-紫(지-화-자)!"

수원삼기는 군벌에서 유래한 패도적인 초식으로 응대하였다.

"連續斗殘 危-河-以-於(연속두잔 위-하-이-어)!!"

한차례의 공수가 오고간 후 양측의 선남선녀는 상대방의 무공에 서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중난화는 아미를 찡그리며 세공자에게 역차륜으로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일반적인 차륜법은 다수가 소수를 공격할 때 쉴 틈을 주지 않고 번갈아 가며 비무하여 내공을 소진시키는 악날한 초식이나 오히려 혼자서 세 명의 고수에게 차례로 공격을 시도한 것이다. 범인은 상상도 못할 역공이었다. 수원삼기는 수비에 급급하여 감히 반격할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단 오초의 교환으로 수세에 몰린 것이다. 만패공자가 핏발선 눈으로 최강의 수비공을 펼치자 재빨리 사제들도 합류하였다.

"眼眠歿手 岸-主-發(안면몰수 안-주-발)"

이후 수원삼기는 수비만 엄밀히 할 뿐이었다. 두주불사의 회심의 역차륜에도 무너지지 않자 옥매화는 빨리 승부를 결정하고 싶어 음공으로 수비의 틈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笑-汚-夜-殃-剛 ... ... (소-오-야-앙-강... ...)"

그녀가 펼친 鳳鵲(봉작)의 옥음이 감미로우면서 사이하게 주루에 메아리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를 막고 주루밖으로 피신하였고 내공이 고강한 일부만이 기를 운행하여 귀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공의 기초가 탄탄한 세 명의 청년고수는 한 차례 미미한 경련만 보일뿐 도무지 허를 보이지 않았다. 은경은 주위에 내상을 입히는 음공의 대결이 시작되자 일어서서 정신을 집중하여 안주발에 여념이 없는 일수불퇴에게 말하였다. 시전되는 음공의 범위속에서 말을 하는 것은 역혈의 위험이 있으나 그녀는 과감하였다. 옥매화는 황급히 봉작 공격을 거두었다.

"장소가 협소하여 주위에 피해가 생길 수 있으니 공자께서 다른 장소로 안내해 주시어요."

일수불퇴는 그녀의 고운 마음씀씀이에 감동하며 대답하였다.

"은경 소저의 보살같은 마음에 오늘 이 최모는 감동할 뿐이오. 제가 근처에 좋은 연공실을... ..."

만패불청이 말을 가로막고 나섰다.

"소저 수원성 동쪽에 서둔벌이라는 개활지가 있소이다. 거기는 한적하여 인적이 드무니 타인에 대한 우려는 없을 것이오."

서둔벌은 무림맹에서 관장하는 농경지로 둘러 쌓인 초지여서 근처에 주점이 없었다. 거기라면 가지고 간 술이 떨어지면 서로에게 부담없이 주취공 비무를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혈미소가 그의 의도를 간파하고 미미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그렇다면 소녀들을 안내해 주시어요. 비무에 필요한 술은 저희가 준비하겠습니다."

그녀는 점소이를 불러 충분한 은자를 주며 귀속말로 무언가를 지시하였다. 점소이는 강호고수들 앞이라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자! 가시지요."

밤이슬이 촉촉이 수림을 적시고 바람만이 간간히 정적을 깨는 서둔벌. 개활한 초지의 중간에 몇개의 괴석이 흩어져 있고 노송이 연륜을 말하듯 가지를 휘감아 늘어뜨린 아래, 인적이 없는 그곳에 칠인의 남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주취공을 고련 한듯 전신의 모공으로 알고흘을 발산하고 있었고 일부는 혈류를 타고 흐르는 과다한 알고흘의 독성이 신체의 모세혈관을 자극하여 붉은 기운을 띄우고 있었다.

"하 하 하 ... ... 소저들의 주취공에 한모는 진정 감탄하였습니다."

"호 호 호 ... ... 공자님의 무공은 천녀도 감당하기가 힘들군요."

취기가 올르자 젊은 남녀는 엄격한 예의범절을 지키기보다는 친밀하게 서로를 치켜세우며 웃음을 교환하고 있는듯 했다. 그러나 대화중에도 엄중하게 공수를 교환하며 기를 운행하고 있었으니 서둔벌에는 알고흘의 독향이 넘쳐나고 있었다. 간간히 허를 찌르는 음공이 발출되어 방원십장까지 기의 막이 퍼져 있었다. 청춘남녀는 음공의 조예도 상당하여 봉작에서 害秘魅脫(해비매탈), 심지어 民衆哥謠(민중가요)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포괄하여, 서로에게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준비한 맥주는 오래전에 바닥났고 혈미소가 만패불청의 속셈을 간파하고 점소이에게 따로 주문해 놓았던 소주와 서역 위스키까지 섭렵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수원삼기와 승부를 보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바닥에 딩구는 수십 병의 빈 병을 바라보던 화호일미는 의외라는 눈으로 눈앞의 세공자를 바라보았다. 이미 알고흘의 독성이 번져 준수한 얼굴이 붉다못해 검기까지 하였으나 주중난화의 날카로운 공세를 잘 받아내고 있었다. 그녀의 주취공은 여느 무림인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평범한 초식도 그녀가 구사하면 그 위력은 몇 곱절로 배가되었고 물밀듯이 새로운 초식을 발출하여 수원삼기를 고통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수세에 몰린 만패불청은 드디어 최후의 공력을 실어 극양극강의 초식을 펼쳤다.

"소저, 조심하시오 !"

"死天 劈力 爆彈宙(사천 벽력 폭탄주) -"

폭탄주의 위력이 휘몰아치자 방원 삼장내에는 격렬한 기의 충돌로 조그만 돌조각이 날리기 시작하였다. 승부가 다가오고 있었다. 남수의 지극히 양강한 주취공에 옥매화가 내상을 입은 듯 옥용이 창백해졌다. 화호일미가 그녀를 안고 오장거리에 있는 바위 옆으로 쏘아갔다. 그녀는 알고흘의 독성을 이기지 못하여 사지의 내공흐름이 일시적으로 끊어진 것이었다. 화호일미는 제빨리 점혈하여 독성이 심장으로 침투하는 것을 억제하고 끊어진 기의 흐름을 살려내기 위하여 명문혈에 장심을 붙인 체 공력을 주입하였다. 사매가 어느 정도 안정되는 것을 확인하고 은경이 자리로 돌아오는데 그녀도 역시 과다한 주취공으로 보법이 불안하였다. 주중난화는 좌중의 혈미소를 힐큼 쳐다보았다. 그녀도 폭탄주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듯 눈을 감고 요상중이었다. 사매들이 한계에 다다른 모습을 보이자 그녀는 단번에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후- 강호인을 상대로 蛤魔三發式(합마삼발식)을 시전해야 하다니, 조부께서 구결을 일러주시며 외인에게 보이지 말것을 당부하셨는데... ... .'

그러나 그녀에게는 다른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더이상 망설일 수 는 없었다. 주중난화는 심호흡을 한 후 구결에 따라 기를 운행하다 터질 듯 밀려드는 흐름을 일시적으로 정지하였다. 핼맥이 타들어 가는 듯 통증이 전해졌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한 공자님, 대단한 위력이었어요. 소녀도 놀라울 뿐이예요. 이제 마지막 초식을 쓰겠어요. 위기가 느껴지면 제발 피하세요. 그럼-"

그녀가 막혀있던 혈도를 한꺼번에 풀자 합마삼발식이 폭사되었다.

"手徠車輪 冷-冕-宙-發(수래차륜 냉-면-주-발)"

"狂炤宙 兵-羅-發(광소주 병-나-발)!!"

"炤宙大兵 開-羅-發(소주대병 개-나-발)!"

연이어 터진 주취본가의 비전절기에 수원삼기는 사색이 되었고 그녀의 사매들조차 처음 대하는 개세적 위세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서호 - 서둔벌 북쪽에 위치한 광할한 호수로 예전에는 기호팔경중 하나로 시인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명소였으나 현재는 유입되는 수원의 고갈과 상류에 위치한 방직포독사장에서 방류한 극독물로 물고기조차 살 수없는 죽음의 호수가 된 저주받은 금역이 되어있다. - 악취를 내뿜는 검은물결 위로 검은 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유람 객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된 듯 퇴락한 정자위에 크게 낭패한 듯 초췌한 몰골의 세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수원삼기, 그들이었다. 승필은 이미 혼절하여 계단옆에 쓰러져 있었고 남수와 철수는 운공요상 중이었으나 내상이 엄중하여 입으로 연신 무언가 토해내고 있다. 철수는 악마와도 같은 합마삼발식을 생각해내곤 부르르 몸서리를 쳤다. 도저히 인간의 무학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차라리 악마 그 자체였다. 그런 공세속에서 정신을 잃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그가 마지막 삼초식을 대했을땐 이미 내공의 한계를 벗어난 상태였다. 정신이 혼미해지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갈 때 그의 심신을 잡아준 염려어린 눈망울,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이 희미하였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그 눈의 주인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는 이상한 오기가 힘이 되어 면전에서의 혼절은 면할 수 있었다. 그녀가 누구였던가 생각 해내려고 애를 쓰는데 불현듯 무복앞섬에 무언가 들어있는 느낌이 왔다. 그는 천천이 상의 안쪽으로 손을 넣었다. 부드러운 비단 손수건에 싸인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다시 상황을 되집어가며 생각했다.

'내가 개나발에 당했을 때 기혈이 역류하여 부끄럽게도 앞에 앉은 소녀의 치마에 구토를 하고야 말았지. 그리고... ... 무언가... ... 그래! 말할 수 없이 부드러운 ... 무엇이 내 입과 목, 그리고 앞섬을 오갔어.'

철수는 손수건을 펼쳤다. 아마도 여러 번 물에 씻은 듯 희미한 얼룩이 남아있지만 구토물을 훔친 수건답지 않게 깨끗하였다. 미미하지만 여인의 지분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하였다. 얼굴을 붉히며 그 냄새를 음미하였다. 그리고 자그마한 목갑을 열자 청량한 향기가 머리를 맑게 하였다. 주취공으로 인한 주화입마를 치료하는 영약, 乾茶先(건다선)이 그 안에 있었다. 한 차례 감동의 격랑이 휩쓸고 간 후, 그는 다시 손수건을 집어 들었다. 그 때 우하단에 앙증맞은 필체로 붉은 실로 수 놓아진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 경 -

'아 - 아 - 그녀였군!'

그는 환희에 차서 내상의 고통도 잊은 채 벌떡 일어섰다. 그의 등뒤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제 1 장 만남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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