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차유감] #4 새로운 다짐

enzoy : 쇠털나날/카라이프 - 자동차관련 : 1997/12/15 15:44
헌차유감 #4 새로운 다짐

오래전 PC통신 케텔 시절의 유머란 히트작을 회상하며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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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blue99(아흔아홉까지 청춘)

"에어컨이 잘 안나와!"

이 여자가? 방금까지 너무너무 우라지게 씽씽 나온다구 해놓고 갑자기 에어컨이 안 나온다니? 나는 왼발로 엑셀을 밟고 오른발 엄지 발가락으로 에어컨 손잡이를 잡아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왜 발을 쓰느냐고? 그건 안전 운행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두 손으로 핸들을 조작해야만 주행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에어컨 조작, 카 스테레오 조작, 심지어는 룸미러의 위치 맞추기도 모두 발을 사용하고 있다. 언젠가는 오른쪽 사이드 미러를 조작하다가 옆에 앉은 내 여자 친구 오 종해의 턱주가리를 발로 좌우 미세조정을 해 버린 적도 있다.

'쉬이이익'

음, 다시 잘 나오는군. 우린 지금 장흥으로 가는 중이다. 뭐시기뭐시기라는 술집에 갈려구 무작정 장흥으로 출발했다. 한참 1차선으로 가고 있을 때. 2차선으로 가고 있던 차가 왼쪽 깜빡이를 켰다. 난 급히 콘솔박스를 열어서 자동차 문화의 선구자 에이브라함 포드의 명저 '알기 쉬운 운전 상식오곡 백과'라는 책에 있는 15번째 판례인 '김빠가사리와 박모래무지씨의 깜빡이 조작에 관한 간통죄 성립 여부 판단과 그 가시적 공복감에 대한 치과 전문의적 계약 위반 여부'라는 명 판례를 폈다. 판례의 결말부에 이렇게 나와있었다.

'왼쪽 깜빡이를 켜는것은.........이므로... 각각개인의 탈본능적 욕망 해소에......때문에....왼쪽으로 가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 해석된다'

음, 1 차선으로 끼겠다는 말이군. 그럴순 없다 임마! 감히 내 앞에 끼다니. 나는 연료 전환 스위치를 눌렀다. 이 스위치는 기존의 휘발유 대신에 내가 특별히 제조한 연료를 사용하므로 가공할만한 속도를 보장하는 연료이다. 내용물은 휘발유 30%, 흑색화약 10%, 비행기용 연료 JP 45% 그리고 플라스틱 폭탄 약간, 식초 작은 스푼으로 한술, 참기름 1방울과 엔진을 연하게 하기 위해 정종 큰잔으로 한 잔등을 섞어서 만든 특수 연료이다. 갑자기 차가 입덧을 심하게 하더니 앞으로 쭈----욱 달려나갔다. 그러나! 그 녀석은 왼손을 창밖으로 내밀며 수신호를 하였다.

아! 안전 운전자다! 수신호까지 하다니! 나는 끼워 주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왼손으로 수신호를 하면서 오른손을 조수석 창쪽으로 내밀며 다른 차가 원활이 빠질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놈은 양손을 놓고 운전을 하고 있단 말인가? 이런 죽일 놈! 안전운행을 우습게 아는 인류의 적 같은 놈! 나는 흥분했다.

아아! 그러나 놈은 양 발로 핸들을 조작하고 있었다. 음..그렇다면 봐주지.그런데?
그렇다면 ? 엑셀과 브레이크는 ? 이럴수가 이렇게 나쁜놈이 있다니! 엑셀과 브레이크를 멍하니 그냥 놔두다니! 역시 놈은 나쁜놈이다! 나는 핸들을 이빨로 질겅질겅 씹으며 흥분했다.

그러나! 또 나의 성급한 판단이었다. 놈은 엑셀과 브레이크를 머리로 조작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완전히 물구나무를 서서 운전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덧붙여 시야확보를 위해 잠망경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음! 존경스럽다. 끼워주자!

내가 브레이크를 살짝 유압식 프레스로 누르자 그 놈은 왼쪽으로 끼어듬과 동시에 사이드를 댕기는 듯 하더니 완전히 돌아서 그 차의 헤드 라이트가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후진기어를 넣고 시속 90키로의 초 광속으로 다른 차원의 공간이동을 시도했다. 그때였다 놈의 차 본네트에 붙은 스티커!

'자동차동호회 달거리'

아! 그랬다! 놈은 자동차 동호회 달거리의 회원이었다. 아! '달거리'! 이 얼마나 가슴 벅찬 말인가!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동호회! 나는 돌아오는 길에 데미 소다 오렌지로 견갑골 밑을 씻으며 다짐했다. 나도 자동차동호회 달거리에 꼭 들고 말테다!

- 바퀴가 서말이라도 휠을 끼워야 보배다 -

격려메일 보내주신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 소원 성취했음. 더 나은 내용으로 찾아 뵙겠슴. 아울러 이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호모스 에디슨 선생께 싱싱한 감사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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