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차유감] #2 자존심이 무너지다

enzoy : 쇠털나날/카라이프 - 자동차관련 : 1997/12/15 15:42
헌차유감 #2 자존심이 무너지다.

오래전 PC통신 케텔 시절의 유머란 히트작을 회상하며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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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blue99(아흔아홉까지 청춘)

날이 밝았다.
난 자동차 키와 삽을 들고 아파트 옆으로 달려 갔다. 내가 삽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차 타고 어디가니?"

우선 삽을 이용해서 수북히 쌓인 새똥을 치우기 시작했다.

"퍽~퍽"

한 40분 걸렸나 보다.
참새, 촉새, 크낙새, 찍새, 타조 등 새란 새는 모두 내 차를 화장실로 사용한다. 난 흐믓했다. 어떻게 던지 내 차와 인연을 맺어 보려는 새들이 측은하기도 했고. 새똥을 모두 치워서 옆에 있는 비엠 뭐시기라는 경차 본네트에 쌓았다.

"찌지직"

그럼 그렇지 본네트 우그러지는 소리다. 역시 차는 우리나라 차가 최고다. 겨우 2톤 남짓한 새똥이 쌓였다고 본네트가 주저 앉다니....
어쨋거나 역시 지렛대로 문을 열고 열쇠를 돌렸다.

"키르르릉 털털털털 "

음.불길하다.
'한번에 시동이 걸리는 것은 휘발유를 팔러 주유소에 가는것 만큼이나 위험천만한 짓이다' 라는 에이브라함 포드의 말이 생각났다. 어쨋건 불길함에 휩싸여 친구를 만나러 갔다. 역시 엔진이나 아니면 라지에타등 무게 나가는 부품은 이미 트렁크에 싣고 (좋은 연비를 위해서) 신나게 달렸다.

마악 고가를 내려서 국립묘지로 가려는 찰라였다. 난 차를 거칠게 몰고 또한 스피드를 즐긴다. 거의 광적이라고나 할까? 바늘이 거의 시속 48키로를 가리켰을 때 (이정도 속도면 면허 정지감이다) 알피엠바늘은 이미 오른쪽 끝벽에 부딪혀 기역자로 부러졌고 온도계에서는 시뻘건 불길이 낼름거렸다. 역시! 차는 빨리 달리라고 있는 거다. 속도를 좀 줄이자! 기어를 한단만 내리자. 나는 기어를 1단으로 내렸다. 속도 감도 좋지만 역시 준법 운행이 최고다. 그때였다.

누군가 내차를 광속으로 추월하면서 경적을 울리는게 아닌가?

"저런 쥑일놈이? "

나는 기어를 최고로 놓고 악셀을 힘껏 밟았다. 역시 2단기어는 최고기어답게 강한 힘과 엄청난 스피드를 보여 줬다. 그런데 2단 옆에 있는 홈들은 뭐하는데 쓰는지 모르겠다. 아아!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놈의 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티코가 아닌가? 여러분은 기억하실 거다. 티코 광고를. 티코를 세워 놓고 그 위에서 200개의 풍선으로 내려치는 무시무시한 광고를. 튼튼하고 또한 빠르기로 소문난 스포츠카다. 더우기 놈의 차는 차밖으로 알피엠 바늘이며 속도계가 다 튕겨 나올 정도로 밟고 있었다. 우우..시속 53키로..이정도면 스피드 건의 측정 범위를 넘어 간다. 나는 포기하면서 그녀석의 뒤를 쫓았다.

그때 갑자기 놈이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저렇게 높은 속도에서 급 브레이크를 밟다니! 위험하다! 난 옆좌석을 오른손으로 뜯어 내서 실을 뽑아 붕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아! 그러나! 나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놈은 abs였던 것이다!

ABS 란 '앞 바퀴 출장 시스템 '이라는 획기적인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놈이 급 브레이크를 밟자 차의 속도가 줄면서 양쪽 앞바퀴가 빠져 옆으로 출장을 가버리면서 차축이 땅에 닿음과 동시에 명랑하고도 단촐한 소리가 고막을 깔짝대는가 싶더니 아울러 차축이 아스팔트를 배비작 배비작 거리면서 유연하고도 우아하게 정지를 하는 것이었다. 역시! 스포츠카다. 저 정도의 속도 에서 급정거가 가능하다니.

놈은 유유히 차에서 내리더니 승리의 브이자를 그리면서 바퀴를 회수하러 멀리 한강 대교 아래로 걸어 갔다. 난 슬픔에 잠겨 집으로 돌아왔다. 내차의 성능에 대한 최초의 회의감이 들었다.

'과연,수퍼카란 무엇인가? 무엇이 스포츠 드라이빙인가?'

자동차 문화의 선구자 에이브라함 포드는 동두천5거리를 거닐며 구름떼같은 제자들에게 설법할 때 문득 아무 말 없이 한 손에 브레이크 페달을 들어 보였다. 그 때 아무도 그 의미를 아는자 없었으나 그의 제자 코난 만이 헤벌쭉 웃음으로 그 의미를 알고 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페달코난의 미소이다.

그 코난이 일전에 개밥을 몰래 먹다가 개한테 들킨뒤 이렇게 말했다.
"아아, 어찌하여 하늘은 두 영웅을 내리시고 어찌하여 한국은 두 명차를 보내셨나이까?"

그렇다 그놈의 티고는 수퍼카다. 난 결심했다. 튜닝을 하기로. 내차를 튜닝한다. 그래서 최고의 속도를 가진 드라이버가 되겠다.

---- 오늘도 쇼바가 바람에 스치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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