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차유감] #1 탈곡기 사건

enzoy : 쇠털나날/카라이프 - 자동차관련 : 1997/12/15 15:41
헌차유감 #1 탈곡기 사건

오래전 PC통신 케텔 시절의 유머란 히트작을 회상하며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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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blue99(아흔아홉까지 청춘)
(쥔장주 : 블루구구님은 용문객잔도 집필했었습니다. ^^)

내차는 89년식르망이다.
사람들이 아무리 후졌다고 해도 나는 그 소리를 마른 하늘에 갈가마귀 장질부사 걸린 소리로 치부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내 차를 발가락질하고 마후라 구멍에 머리를 디밀고 침을 뱉아도 나는 흔들리지 아니하였네라. 그러나 깊은 밤이 오면 나는 상처 받은 가슴을 안고 광활한 르망 트렁크속에서 소리 죽여 울면서 한없이 걷곤 했다.

나는 내차를 아낀다. 너무 아끼기에 차가 생긴 뒤로 한번도 타지 않았다. 어찌 아끼는 차에 처억 걸터 앉아 불경스런 엉덩이를 들이 댄단 말인가?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차가 망가진다고 하길래 대머리 얼룩닭도 긴 수염 왕 가오리도 깊이 잠든 새벽 2시 경에 홀로 일어나 새끼줄을 차에 곱게 걸고 반대 쪽 끝을 내 허리에 묶고 두시간 이상을 끌면서 운동을 시키곤 했다.

그러던어느날.
메뚜기가 "굘굘" 울어대던 어느 가을날에 있었던 사건이다.

"탈곡기 사건"!!!

아아! 어찌 우리 잊으랴 ! 이 아픔을!
그건 내가 처음 이차를 인수받고 -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떠 맡았다고 온갖 획책과 난동을 부린다 - 첫 운전을 하려고 할 때였다. 구름은 동네공장 굴뚝에서 피어 나고 하늘은 누렇고 주위에는 동네 아이들이 개 때려 잡아 죽이기 놀이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때 나는 내차 문을 지렛대로 열고 충분한 전력 확보를 위해 전봇대에서 만 오천 오백 볼트의 전깃줄을 차에 연결하였다. 물론 바퀴 주위의 작은 돌이나 흙은 모두 압축 공기로 불어 내었다.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코를 후비며 시동키를 넣고 돌렸다.

쿠아아아으으으아악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시동은 한번에 걸리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 에이브라함 포드의 말을 여실히 증명했으므로 나는 기뻤다. 한번 더 키를 돌렸다.(물론 시동키를 돌릴 때 누구나 몽키스패너를 사용하므로 나도 예외는 아니다)

크아아아 투덜투덜투덜탈탈탈탈탈~

역시 부드럽게 걸렸다.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트렁크를 열고 기어봉을 찾아냈다. 기어를 넣기 위해서. 그러나 ! 여기서 나는 정말 추악한 인간의 단편을 보고야 말았다. 갑자기 사람들이 뭔가를 한 다발씩 들고 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줄을 질서 정연하게 섰다.나는 왼쪽 눈을 초당 40번의 속도로 떨었다.(물론 눈꺼풀이 lock
되지 않도록 - ALS Anti Lefteyelock System) 그리곤 물었다.

"뭐죠?"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워쩐댜.벼를 요로코롬 많이 가지고 왔는디."
"징허게 지다려하 하는 갑다."
"뭐요? 벼라구요!"
"이게 탈곡기 아닌감?"

그 이후로 동네에서는 더 이상 탈곡기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어쨋거나 나는 그 이후로 딱 두 번 차를 몰고 시내를 나갔는데 그 때마다 연비향상을 위해 출력과 관계없는 엔진같은 부품은 트렁크에 싣고 다녔다.

오늘도 여름 바람에 휘발유 향기 흩날리는데 나는 하늘이 부끄러워 한점 우러름이 없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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