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폴리스 분수대
enzoy : 쇠털나날/레져&아르트&여행 : 2006/08/04 14:52정확한 날짜는 기억 안나지만.. 지난 여름이 오기 조금 전.. 내가 사는 트리폴리스 주상복합에는 공사가 하나 진행되었다. 분수대 건축이 바로 그것!

내가 듣기로, 코오롱과 트리폴 입주인회의는 트리폴리스가 여러가지 우여곡절로 가치평가 절하되어있다고 생각했고 여러가지 개선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이 분수대 건립이었다.
나는 우연히 참가했던 입주민 반상회에서 마침 이 분수대 건립건에 관한 의견 충돌을 목격했었다.
요는, 나이 지긋하신 한 분께서 트리폴리스에 분수건립을 증정하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억대의 시공비를 아무런 댓가도 조건도 없이 기증한다는 것이다. 그쪽에 평생을 종사했던 분이라고 했던가.
회의는 몇몇 남자들을 중심으로 찬반 모드로 진입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대의 근거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아파트 외관을 좌지우지하는 큰 공사인데 멋지게 지어줄 믿을만한 업체에 해야할 것 아니냐"
"무척 큰돈인데 아무런 조건없이 그렇게 기증한다는 것이 무조건 신뢰할만한 것은 아니다"
"장난스럽게 진행할 일이 아니다"
내가 보기엔, 그분이 대충의 수준으로 막 만들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 분야에 식견이 없는것도 아니고, 그런 부분을 충분히 어필하면서 설득하려 하고 있었다. 내가 보는 사람눈으로 판단컨데, 나쁜의도가 스며나올 그런 분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성격의 회의는 흔히 "Black man only"로 흘러가기 쉽다. 참가자 대다수가 전반적으로 모두 찬성하고 있다고 해도 굳이 나서서 찬성할 사람은 없으되, 몇몇 반대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에 회의의 방향은 부정적으로 끌려가는 것이다. (=.= );;;
뭐 암튼 여러 회의 끝에 결국 가결되어 공사는 진행되고, 지금의 멋진 분수대가 완성되었다.
이 분수대는 앞에 호수 정원 형식의 공간도 마련되어 있고, 나중에는 물고기까지 풀어서 살도록 했는데,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폭포 분수 부채분수 안개분무 등이 퍼레이드를 도는 분수쇼가 펼쳐지는 것인데, 화단에 동전 투입구가 있어서 100원을 넣으면 분수쇼가 펼쳐진다 ^^;;;; (내 친구들도 이부분에서 웃으며 박수를 친다)
참 볼만하고 미덕이 넘치는 분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며칠전 저녁에 퇴근하는 길에 보니, 이 분수를 기증한 그 노인분이 분수앞에 의자에 앉아 시름 깊은 표정으로 분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괜히 다가가서 말을 걸어 보았다.
"어르신, 이 분수를 기증하신 분이시죠? 반상회에 참가해서 알고있습니다."
천천히 끄덕끄덕하면서 그 어르신이 나를 쳐다보는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이 분수 참 좋은것 같아요. 예쁘고 기능성도 뛰어나고.. 정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항상 시원하게 구경합니다."
노인분은 약간 표정이 풀어지는 듯은 했지만, 여전히 말씀이 없었다.
"저번에는 밤에 지나가다 보니까, 한 커플이 분수 구경을 하다가 남자가 동전을 넣더라고요. 그러더니 분수쇼가 끝나고서는 여자한테 반지를 꺼내어 끼워주던데요? ^^;; 결혼인지 약혼인지 몰라도... 프로포즈였겠죠"
여기까지 얘기를 하자 이제서야 웃는 낯이 되신다. 나는 계속 말해봤다.
"그런데 왜 동전 투입기를 100원으로 하셨어요? 500원으로 해도 될텐데.. 요즘은 500원짜리도 흔하고, 그리고 분수쇼가 500원 가치는 충분하지 않나요? 이거 분수쇼 돌리는 운영비도 100원보단 훨씬.."
그제서야 입을 연 그분에게서 몇가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분수로 돈을 벌거나 유지비를 뽑을 생각은 없고, 다만 최소한의 동전으로 100원을 해 놓은 것이며, 걷히는 돈은 모두 착한 곳에 기증할 것이라고. 여러가지 반론을 헤치며 만든 소중한 분수인데, 엄한 기자가 꼬투리를 잡아 이상한 기사를 써서 무척 속이 상한다고.
무슨 기사가 나갔었냐고 묻자, 어르신이 말씀해주셨다. [이러이러한 사람이 퇴직금 받은 돈을 투자하여 주상복합에 분수대를 만들고 관람료를 투입하게 하는 것으로 수익을 꾀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가 나갔다고. 어느 신문이냐고 물었더니 "JS"라고 하셨다. 아.. 망할럼의 좆싼일보! 내가 이래서 기자들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해드린 반지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좀 나아지신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도로 들어오는 길에 맥주를 한캔 하면서 생각해 봤다.. 무엇이 과연 사람으로 하여금 그런 기사를 쓰게하는 것일까...
세상은 참 복잡하다. 뭐 심지어 분수대 건설을 수주하려 하던 건설업체도 있을 수 있고, 트리폴리스 이미지메이킹 작업에 대해 협조 혹은 방해를 하려드는 세력들도 있을 것이다. 그날 집에 들어와 인테넷으로 조선일보 사이트에 들어가 기사 검색을 해보았다... 그런 기사는 검색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다시 이 글을 쓰다가 검색을 또 한번 해보았다.
검색된 결과... http://www.chosun.com/national/news/200607/200607240484.html
얘기되었던 그 기사와는 정반대의 아주 좋은 내용의 기사가 검색되어 나온다.
날짜는 거의 비슷한 시점인듯한데, 몇주전엔 전혀 검색되지 않았던 기사가 이제와서는 검색결과로 나온다. 분명 그때 검색 시도에도 나왔어야할 기사인데말이다. 검색 로봇의 파일링 시점 차이일까? 그렇다고 보기엔 시간 차이가 너무 길다.
인터넷 신문의 기사가 태어나고 없어지고 다시 생겨나고 하는 것이야 뭐... 하늘의 구름같은 움직임.
옛옛말에, 하늘의 구름은 세상에서 가장 오묘하고 깨달음이 높은 지적존재라고 했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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