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조우? 시나리오?

enzoy : 쇠털나날/카라이프 - 자동차관련 : 2003/09/30 14:24
(스톤엑스에 쓴 글)

그저께.

광주와 수지 사이를 달리다가,
신호등에 서서 기다리는데. 뒤에서 누가 갑작.. 콩야~ 하면서 가볍게 내 차를 박아주더군. -o-;;;;

차에서 내려서 보니까.. 웬 사고 한번 못내봤을것 같은 여리디 여리게 생긴, 옷잘입은 아낙네가 바르르 떨고 있었다.

녀: "어머 어떡해요 죄송해요 (허둥지둥) 어쩌지?"
이말만 여러번 반복.. -O-;;;
그리고 조수석엔 작지는 않은 시츄가 한마리 주인한테 계속 앵기며 있더군.

나: "사고를 내셨으니, 일단 차에서 내리셔야죠 - -;;"

받힌 부위를 살펴보는데, 밤인데다가 비도 와서 뭐 잘 보이질 않았다.
나: "찌그러지거나 이음새 이상은 없고, 페인트가 조금 나갔네.."
녀: "어머 어떡해요 죄송해요 (허둥지둥) 어쩌지?"

나: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고, 내일 카센터에 가보고 연락을 드리지요."
녀: "어머 어떡해요 죄송해요 (허둥지둥) 어쩌지?"

나: - -;;;;;
녀: "아. 명함 한장 드릴께요. (허둥허둥.. 뒤적뒤적)"

나: "음.. 사고 내보신적 있어요?"
녀: "어머 어떡해요 죄송해요 (허둥지둥) 아.. 몸은 괜찮으세요?"

긴 대화 끝에 그 쪽의 대사에 약간 변화가 왔군. - -;;;

나: "원래는 면허증을 제가 받고, 사고 처리 끝나면 드리는게 맞을텐데, 사고가 경미해서 비용도 적을 것 같으니까 명함만 주고 받지요. 여기 제 명함.."

이라 하면서 받은 명함을 힐끗 보니.. 약간 구겨지고 모서리가 눌리기도 한 단정치 못한 명함.. - -?
[대한항공 / 아무개 / 객실승무BU]
이 여자분... 어쩌면 내가 싫어하는 부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잠시 스친다. 뭐 암튼간에...

녀: "몸 괜찮으시겠어요? 나중에 아프데던데?"
나: "몸이 어쩔 정도는 전혀 아닌 사고입니다. 사고 많이 내봐서 아는데, 몸은 괜찮을거고, 병원가 눕거나 할 사람은 아닝게 안심하시고, 다만 차량 수리는 비용이 드니까, 점검해보고 전화드리지요. 명함에 전화번호 맞는 번호겠죠?"
녀: "어쩌지.. 죄송해요"

이런.. 이 사람은 지금 전혀 귀가 안들리는거나 다름이 없자나 -_-!

뭐 암튼 잘 달래서 다시 차에 들어가 앉게 집어 넣고 - -;;;; 차를 출발했다.
잠시 가다가 조명이 밝은 곳에 차를 세우고 내려 다시 잠시 차를 점검해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스치더군.

'보아하니 스텨디스로군. 근데 명함이 너무 더러운데? 지 명함 맞나? 혹시 속은것 아닐까? 아 요즘 돈도 없는데, 면허증을 뺏고선 병원 가 눕는게 상식일걸 그랬나 - -;;; 차엔 거의 이상이 없는듯 하니, 만약 속았어도 대단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자리에서 전화 걸어서 번호는 확인할걸 그랬어.. 자.. 지금이라도 걸어보까'

그때 마침 전화가 오더군. 명함에 있는 그 번호였다.
녀: "여보세요, 아 네, 아까 사고냈던.. 그.. 네.. 죄송해요."
나: "(슬슬 죄송하단 말이 지겹;; ) 네.. 집에 닿으셨나봐요?"
녀: "아.. 네;"
나: "(그냥 대놓고 대뜸 물어보자) 혹시 스텨디스세요?"
녀: "아... 네네;"
나: "사고는, 강아지때문에 난거 아니셨어요? 강아지 챙기다가 페달 놓쳐서?"
녀: "아, 네, 그런 것도 있고요."
나: "강아지는 가방 사서 넣고 다니세요. 머리만 나오는 개가방 있어요."
녀: "네. 아깐 좀 정신이 없어서... 죄송해요."
(뭐 지금도 정신이 없고만 뭘... - -)

뭐 암튼 대략 아까 했던 말과 정황을 다시 요약해서 말해주고 안심시키는 내용의 대화가 오갔다.

녀: "제가, 전화해도 못받을 수도 있거든요. 전화 꺼져있다고 나오면 메세지를 남겨주시면 꼭 확인해보니까, 남겨주세요."
나: "(음.. 국제선 플라잇이로군..) 알겠습니다."

전화 끊고 잠시 운전을 더 하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가 왔다. - -??
네이트 포토 프로포즈?
내용을 보니까 사진이 붙어온 포토메일 같은 것인데.. 사진이 닮은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영 헷갈린다. (아는 넘들은 알겠지만, 나 원래 여자 얼굴 잘 구분 못한다 - -;;;; )

이 메시지가 그 사고녀가 보낸걸까? 아니면 단지 우연 타이밍으로 지금 온 네이트 스팸 메시지여서 날 헷갈리게 하는건지 모르겠네..
평소에 네이트에서 광고 메시지가 많이 오긴 하는데.. 뭐가뭔지 모르겠다. 포토 메일이니 포토 프로포즈이니 네이트이니 하는걸 전혀 해본적이 없으니 나원.. 이게 뭔지;;; 이젠 나도 정말 구세대인것이다.

암튼 카센터 가보니 별것은 아니었고, 다른데 마침 고칠게 있으니 그거 고치면서 도장은 간단하게 무료로 받기로 했다.
그 사고녀는 전화를 걸어보니 핸드폰이 꺼져 있다고 나오길래 메시지를 남기려다 구차니즘에 그만 관뒀다. 난 평소에도 음성메시지란 남겨본 역사가 없는 사람이다.

오늘 친구를 만나 얘기를 하다가 이 얘기를 했더니, 사진을 한번 보자길래 네이트 메시지 연결을 했더니, 없는 URL이라고 나오더군 - -;;;; 네이트의 그런 메시지들은 TTL이 짧은가부다.
뭐 암튼 대략 대번 구라쟁이가 되어브렀다는.. - -;

다시 전화가 오든 말든 하겠지뭐;

JS (2003/11/30,18:37)

    기회는 찬스다.. (이상한 말이지만....)
    커피라도 한잔하는게 하늘이 주신 기회를 거역하지 않는것일터...

    몇몇 사람들은 일부러 그렇게 사고를 가장한 우연을 만들곤 한다지.. (나 아님).
    ㅋㅋ

enzoy (2003/11/30,23:21)

    여자들 중에 "운명파"가 많다보니 남자들은 또 우연가장형 시나리오 레퐈토리를
    풀게되는 것이지..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생기는게 세상이니까.

    커피 한잔 할 생각은 그닥 없는 편이고, 아는사이로 지내고 싶은 생각은 있다.

    그보다.. 자네는 어떤 우연 가장형 시나리오를 펼쳤었는지 함 쌔워보시지 그래 ^^??ㅋ

SI (2003/12/1,11:32)

    푸훗.. 우연 가장형 시나리오라.. 재밌는데.. ^^
    근데.. 정말 많이 쓰이고.. 많이들 넘어가기도 한다더라..

square (2003/12/5,8:46)

    그러고보니 나도 우연가장 시나리오로 시작해서 결혼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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