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피 보면서 시작하는 2004년 새해.
enzoy : 쇠털나날/쇠털날 - 일상다반사 : 2004/01/01 14:04한해의 끝과 또 한해의 첫 시작을 개피보면서 지냈다.
12월 31일 밤 11시에 어떤 고객 농장에 도착했다.
그날의 마지막 일정이자 03년도 마지막 일정이었겠지.
시간도 늦고 하니 간단히 들러 말씀 나누고 갈 예정이었는데.
방에 들어가니, 그 농가에서 제일 어린 개가 턱 밑에 깊은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것을 간호하는 모습이 보였다. 전공자의 동물 보는 눈으로 대략 보건데 밤을 못 넘기겠더군.
이 농장에는 진돗개 모녀 3대가 있었다.
평소에도 성질이 불같던 어미개가 최근에 또 새끼를 배서 신경이 예민한데 요 중강아지 녀석이 지 어미한테 며칠을 까불다가 제대로 물려버린 것이란다.
enzoy : "할머니 개는 어디갔지요?"
농장주 : "고것도 요 어미랑 같이 임신중이었는데, 저번주에 죽었습니다."
enzoy : "손은 어쩌다 다치셨어요? 예사 상처가 아니네요."
농장주 : "모돈이 스톨에 끼어서 그라인더로 스톨을 잘라내다가..."
뭐 그밖에도, 여러모로 최악의 연말을 지내고 계셨다.
물린지 4일이 되었는데, 풀어놓고 키우는지라 상처가 심한것을 모르고 있다가 30일에 안보여 찾아보니 아직도 심하게 출혈하고 있었고, 구석에서 죽어가고 있더라는 것.
여주에 동물병원이라는 곳은 다 가봤는데, 상처가 간단하다며 지혈제에 항생제에 영양제만 놔주거나, 간략 조치해주거나, 진료를 거부하거나, 해봐야 죽는다는 소리만 했단다. 밖에 풀러놓고 키우는 행색 초라한 진돗개 잡종이라...
허허 동물 병원에서도 진료거부라. ( ㅡ"-)+
농장주 : "연말연시가 끔직하네. 개가 죽으면서 시작하겠네. 이놈 죽으면 안되는 놈인데."
내 친구 중 수의대 출신들에게 전화를 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말일 밤 11시반에 누가 전화를 받겠어...
우리의 동기 미스민의 남친이 생각나 미스민한테도 전화를 해봤다. 역시 안받더군.
할까말까 많이 고민하다가 수의대 출신인 상무님께까지 전화를 해봤으나, 통화 가능상태가 아니었다.
enzoy : "일단 서울에는 큰 동물 병원들이 야간 수술도 하니까 데리고 올라가시죠."
하지만 헤매며 아무리 전화를 해봐도 대학병원까지 그시간에 수술 가능한 곳이 없었다.
일단 대강의 응급처치를 했다. 붕대를 감아도 끌러버린다고 하길래, 깔때기를 만들 생각을 하고 다시 붕대를 감아봤는데, 더이상 움직일 힘이 없어서 붕대를 끄르지 못하더군.
1~2초에 한방울씩 피가 떨어질정도의 출혈을 5일간 한 것이다. 턱 밑 정맥이 끊긴 듯 했다.
그리고 아마도, 어디선가 쥐약 먹고 죽은 쥐를 줏어다 먹은 것이리라. 쥐약에는 피를 굳지 못하게 하는 성분이 있다.
아무것도 못 먹던데, 설탕물을 주니 의외로 꽤 많이 먹고선, 약간 활력을 찾았다.
잠시 비틀 일어서려고도 하길래 밤은 넘기겠다 싶어서 아침에 다시 만나 병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새해 첫날 아침 첫눈을 여관에서 흠칫 떴는데, 늦잠을 잤다. -O-;;;
허겁지겁 전화를 해보니 그분은 혼자서 동물 병원들을 찾아 헤매 다니고 계셨다.
개는 헐떡거리는 것이 인쟈 거의 죽을것 같다고 했다.
헐레벌떡 차를 몰고 나가는데 미스민한테서 전화가 왔다.
간단히 새해 인사를 하고선 없는 정신에 약간의 횡설수설을 하고, 남친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전화를 걸었다.
enzoy : "나 미스민 동기 enzoy다. 오랜만이야. 새해 복 많이 받고... 연초부터 미안한데, 부탁 하나 좀 하자. 출혈 심하고 위급한 개가 있는데, 수술 가능한 병원 좀 소개시켜줘. 밖에 키우는 개인데다가 행색이 초라해서 진료거부를 당해. 아는 사람에게 부탁할 수 있었음 좋겠어."
지니 : "어딘데? 멀지 않은 곳에 있네? 그냥 내가 다니는 병원으로 와. 지금 병원 나갈께."
enzoy : "초하루부터 그래도 되겠어? 그건 너무 미안하고. 아는 병원중 이미 문 연 곳도 있을텐데 찾아봐줘."
지니 : "그냥 빨리 와. 아 그리고 나 그동안 병원 옮겼다. 반포쪽이야. 거기서 멀지 않아. 가르쳐주는데로 찾아와. 병원에서 보자."
설날 아침부터 개피 냄새를 흠뻑 맡으며 둘이서 2시간정도 수술을 진행했다.
뭐 다행히, 개는 살았다..; Special Thanks to 미스민.
YM (2004/1/3,16:36) 잰 (2004/1/3,17:17) enzoy (2004/1/3,23:17) 잰 (2004/1/4,21:35) SI (2004/1/5,1:4) MK (2004/1/6,14:17)새해부텀 숭고한 일을 하였군...음...피까정 본걸 미루어 올 한해 운수대통 할듯... ^^
야..글 읽는동안 되게 긴박했다..끝판에 살아줘서 다행이다..
좋은일하며 한해 시작했네 복받을겨~
이건 완전 딴얘기다만..요즘 내가 탐독중인 도서가 에..닥터 스크루라고 수의사 만화인데..그걸 보면 주인공도 enzoy랑 좀 닮은것도 같고..절대 만화볼시간 없겠지만 혹시 나거들랑 함 봐봐..일이삼권은 잼없응께로 그 후로 봐주도록 해.. 닥터스쿨. 학창 시절에 과 동기들이랑 수원 자취방에 틀어박혀 보면서
눈물-_-;;; 철철 흘리던 작품이었다;;; (비전공자는 이해 못할 눈물이다.)
사사끼 노리코 여사의 다른 작품으로는 못말리는 간호사라든지 Heaven
등이 있는데... 볼만한 편.
아, 명부마도를 등진지 오래되다 보니 요즘은 많이 헷갈리는데,
천재 유교수의 사생활도 노리코씨의 작품이었던가 싶기도 하면서 헷갈린다.
뭐 암튼 닥터스쿨이 맘에 들었다면 이것도 맘에 들지 않을까 싶긴 하다.
(뭐랄까.. 사람 얼굴을 옆모습과 앞모습밖에 못그리는구나 싶은 화체랄까)
천재유교수랑 못말리는 간호사 다 봤다..아항..그게 다 그사람들이었구나..근데 그게 천재 유교수의 사생활이었나..? 그냥 천재유교수의 생활 아닌감..?
그래도 개가 살았다니 다행이다.. ^^
상황은 긴박하였으나.. 그래도 해피엔딩이어서 다행임...
새해부텀 큰일을 하였네.. 복 받을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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