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드라이빙.

enzoy : 쇠털나날/카라이프 - 자동차관련 : 2004/11/08 23:51

고속도로를 올라가기 전 잠시 갈등을 했다. 톨게이트 직전 도로 가생이 널찍한 곳에 차를 세웠다.

'피곤한데... 가다가 혹시 졸지는 않을까?'

순간 뒷통수에 끌리는 뒷자석에 있는 어떤 아이템의 존재감.
OK 캐쉬백에서 경품 이벤트라며 보내준... 차량용 "침낭"!!

딱 보기엔 약 30cm * 30cm 정도의 작은 쿠션. 만져보면 쿠션치고 매우 딱딱하다는 느낌이 전해온다.
모서리중 3면에 걸쳐있는 지퍼를 주루룩 열고 펼치면 매우 쓸만한 침낭으로 변신하며 펼쳐지는 물건.
언젠가 차에서 쓸모가 있겠다는 느낌으로 뒷좌석에 두었지만, 대개 그렇듯 한번도 쓴적이 없는 오히려 애매한 물건인 것이다.

애초의 의도대로 저걸 한번 써먹어보고야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스쳐 자동차 시동을 끄고 뒷자리로 가서 신발을 벗고 칭남을 펼쳐 그안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

곧내 잠이 들었다.

'''''''''';;;;;;;;;;;,,,,,,,,,,, 꿈을 꾸었다. 물론 꿈안에선 꿈인줄 모르고 있었지만.

앞 부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몇몇 사람이 나왔고, 몇몇 차가 나오고, 그저그런 꿈의 전개...
꿈속에서 운전을 시작했다. 내 차의 라이트 바깥엔 세상이 없는 듯한 아주 어두운 밤길.
나는 운전을 하며 분명 졸고 있었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한참 감기는 눈을 겨우겨우 떴다가, 다시 감겨 오는 눈...
그러다가 희한한 상황을 깨닫는다. 내가 눈이 감겼을 때에도 도로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졸면서 한참씩 눈이 감겨가며 운전을 해도 제대로 운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건 위험해. 이런 능력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거지?'

라고 생각을 하며 멈춰서서 갓길에 차를 대야하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일은 또 일어났다.
바닥으로부터 타이어를 통해 나에게 전해오던 바닥의 존재. 그 존재감이 순간 사라져버리고.
살짝 발이 올라가 있던 엑셀 패달을 통해 내 차의 엔진이 공회전하며 rpm이 순간 올라가서
기겁을 하며 패달에서 떨어지려 하는 나의 발. 그리고 날아가고 있다는 느낌.

언젠가 느껴본 듯한 그 느낌. 내차는 도로를 벗어나 바닥에서 이탈해 버린 그 짧은 순간.
바로 그 짧은 순간 후 땅에 부딪치리라는 나쁜 예감과, 슬로우 모션으로 돌아가는 세상.

'이번에는 크게 다치고, 혹은 죽을지도 모르지... 흐흠.' 이런 생각을 하고... 찰나후에

'음? 생각보다 빨리 땅에 안 닿는데.. 그건 추락 높이가 그만큼 엄청나게 높다는 얘기겠지.' 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땅에 닿아 있지는 않았다.

'''''''''';;;;;;;;;;;,,,,,,,,,,,

"넌 꿈으로 대신한거야."

난 병원 침대에서 화들짝 놀라며 깨어났다. 나한테 짧고 명확한 한마디를 기계같은 느낌으로
아무 감정 없이 툭 던져준 사람은 옆에 서 있던 어떤 깔끔하게 생긴 여자 아이. 처음 보는 얼굴
이었다.

'''''''''';;;;;;;;;;;,,,,,,,,,,,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내 차 뒷좌석에 침낭 안에서.
악몽이었지만 땀같은건 전혀 흐르지 않았다. 심장이 미칠듯이 뛰고 있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예전에 사고 후, 나는 나름대로 그 사고의 순간순간을 매우 생생하게 기억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 오늘 내 차 안에서 꾼 꿈이 깨닫게 해주었다.

하늘에 내 차가 떠 있던 그 순간에 일어났던 그 일들. 엔진음. 내몸 구석구석의 반응.
모든것을 내 머리는 잊지 않고 있으되, 잊고 있었다.

중력에 대한 그리움, 편안함, 집착. 무중력의 한없는 불안감, 그것과 엮인 바로 다음 순간에
죽을 수 있다는 끝도 없는 공포심.

인간은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한다. 큰 충격적인 사실은 무의식이 망각 즉, 삭제작업을 서슴치 않는다.
침낭을 접어 넣고서 다시 운전석에 앉아서도 쉽게 핸들에 손이 가지 않는다. 손이 떨린다.

때마침 애인이 걸어온 전화를 받고서 잠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나서야 내 두뇌를 수습하고...
다시 시동을 걸고 핸들을 잡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꿈을 다시 생각해보니, 꿈에서 내가 사람들과 얘기 나눌 때 옆에 주차되어
있던 하얀색 그 차는, 나의 예전 그 사고에서 내 차를 떨어지게 했던 그 차였다.
번호판도 정확히 봤지만, 꿈에서 깨어나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생각해 낼수가 없다.

사람의 머리란 참으로 신기한 것이다.
마치 시간이라는 엄청난 존재를 담고 있는 시계라는 톱니바퀴 기계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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