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방돌이의 일기 #1

enzoy : 쇠털나날/게임똥X - 게임매니아 : 2001/08/05 02:53

겜돌이의 일기를 시작해볼란다.. 한가한 시간이 있는 날마다 하루에 한두편씩 쓸꺼다.. 퍼갈만할거라 생각지 않지만, 이 글에 관련된 타인들의 입장에서 꽤 민감할 부분들도 있을수 있기에.. 어디에 퍼가지는 말아주길.

웨 겜방 알바를 하게 되었는지는 전에 설명했으므로 생략해야겠지...

__겜돌이 일기 #01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Head :: 애플때 아주 잼나게 했던 오락이 있었는데, 최근에 에뮬레이터를 돌려 보면서도 제목을 몰라서 그 게임은 다시 찾아서 해보지 못했다. 대가리가 똥글하게 생긴 로봇이 컴퓨터 내부 부품들을 돌아다니며 고장난걸 수리하는 액션 퍼즐유의 내용이었는데, 농구공처럼 생긴 먼지 덩어리가 통통 튀어다니면, 쓰레기통을 들고가서 먼지를 받아내서 버려야했던걸로 기억된다...
이 게임의 이름을 아시는 분은 나에게 가르쳐 주시길.. -_-;;;;

Body :: 나의 "겜방알바 시작"은 내 머리속에서, "먼지"라는 존재와 직결 되어 있다. 이노무 게임방은... 다른 곳에 비해 대단하다고 내놓을만한 것은 먼지밖에 없다고나 할까.. -_-;;;;

첫출근날에 약간 늦게 도착해서 교대하는 형에게 미안해해주고는 (아침 8시부터가 나의 타임인데, 보통 20분 정도씩 잘 늦고 있다) 카운터 자리에 앉아 잠시 졸고 있었다.
남아있는 손님은 야간정액 끊은 단골 한 사람. (스크문형 닮은 사람이다 -_-) 9시가 되면 나갈 사람이니 그후에 컴터를 한대씩 뜯어서 고쳐야지..

컴터를 뜯으려 본체를 앞으로 쭉 빼니 본체뒤에 쌓여 복잡한 전선들과 한데 어울려 버무려져 있는 먼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므이씨.. 기계가 제대로 돌갔으? 본김에 닦고 시작해야지..."  라고 잠시 생각한 나의 안일한 발상... 역시 이제까지 컴퓨터를 한대 단위로만 다뤄오던 좁은 경험의 소산이었다.

"아.. 다른 컴퓨터 꼴도 모두 마찬가지일텐데, 내 성격상, 이거 하나만 닦겠다고 걸레빠느니, 다닦아 버려야겠지.. 근데 컴터가 27대니까... EDC! 관두자. 사장대리 형한테 날잡아서 먼지 대청소하자고 꼬드겨서 다른 사람들 다 같이 청소하게하고선 나는 째는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겠군."

걸레질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본체를 뜯었다.

헉.

본체를 열자 "여기엔 없었을줄 알았더냐?"라며 먼지 덩어리가 물컥 유령 형체가 되어 삐융 튀어 나와 나를 덮치려 했다. 그를 애써 뿌리치며... 나는 급히 WD-40 에어 스프레이와 위생 마스크를 찾아 헤메었다.. 물론... PC 클린 하나 없는 이곳에 그런것이 있을리 만무.

계속 나를 쫒아오는 먼지유령을 뿌리치다가.. 카운터 옆에 있는 자동차용 간이 진공 청소기를 뽑아들었으나, 거의 맛이 간 청소기라 빌빌대며 빨지를 못한다. 문득 창고 구석에서 본 대용량 진공청소기가 생각나서 창고로 뛰어 들어갔다. 그 커다란 청소기를 들고나와 전원을 꽂고 돌리니...
뭔가 매우 갑갑한 소리만 나면서 전혀 빨리지 않는 것이다. 아까의 자동차용 청소기보다도 안빨리더군 -_-+ 고장난 것인가부다.

잠시 절망감에 빠져 있다가,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 뜯어놓은 본체안을 들여다 보았다. 헉! CPU 쿨러는 팬구멍에 까만 먼지가 꽉 차서 멎어 완벽한 CPU 커버가 되어있었고, 부두 밴시에는 별 필요도 없는 VGA 쿨러의 맞은편 NIC 카드 표면에는 역시 동질의 검은 먼지가 정말 과장없이 1cm가 넘는 두께로 침착되어 있었으며, 케이스의 하단에는 PC케이스 내부용 카펫을 사서 깔았다고해도 믿을만한 먼지융단이 덮여있었다... -_-

순간 나는 짐작할수 있었다. 이곳 겜방의 PC들이 세팅된 후로 단한번도 청소를 한적이 없는 것이 아닐까... +-_-a???

일단.. 엄청시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구석에 가서 잠시 찌그러져 앉아서, 이 순간 달아오른 짜증을 어떻게 해소해야하나... 고민에 번민에 갈등을 때리며 죽어가다가..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이 친구는 내가 "구라"라고 부르는 작업실 친구인데, 한 겜방에서 알바를 2년째 프로-_-답게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알바를 하다가 막히거나 모르겠거나 궁금한게 있으면 이 녀석한테 전화를 하곤한다...

enzoy: 야야.. 아.. 신발, 나 지금 짜증나. 칵 죽어버릴것 같아.
구라: 웨? -_-

enzoy: 여기 겜방 컴푸터 어쩌고 먼지 저쩌고 청소기 저쩌고 호흡곤란 질식상태 떠벌떠벌.. 쫑알쫑알 짜증짜증.. 궁시렁
구라: 풋.. 차슥 그런거 가지고 그러냐.. 내말을 들어봐라

enzoy: 웅? T_T?
구라: 어제는 내가 겜방을 청소를 하는데... 구석에 자세히 보니까, 담배꽁초랑 재가 막.. 장난 아니게 짱박혀 있는거야. 그래서.. "어떤 쉬리가 이랬어? 정말.. 알아내면 칵..." 이라고 말할려고 생각해보니까...

enzoy: ?_?
구라: 옛날에 내가 그런거였어. -_-

enzoy: (  ̄  ̄)+
구라: 근데 어떤 여자손님이 PC가 죽었다고 하는거야. 그래서 가서 뜯어봤지. 근데 케이스 안이.. 장난이 아닌거야. 먼지가.. 와.. 완전히.. 청소 한번도 안했드만. 욕이 나왔지. "아.. 쓰... 컴터 청소를 어떻게 한번도.." 까지 말하고 보니까...

enzoy: -_-;?
구라: 내가 지난 2년동안 안한거자낫!.. 이런! 이럴수가 있는거야?

enzoy: ;;;;;;;;;;;;;; (보노보노 땀)
구라: 거바바. 나보단 니처지가.. 훨씬 나은거자나. 세상은 보기 나름이야. 맘편히 생각해.

enzoy: 그.. 그렁겅강? 잠깐.. 좀 헷갈리는데..
구라: 더 나은거라면 나은지 알엇! -_-+ 겜방 알바 선배님이 말하는데..

enzoy: 그.. 그런가;;;

하긴.. 넘의 말을 듣고 나니 화가 싹 가시고 마음이 편해졌다. 역시 오래 일한 그녀석의 짠빱과 관록이란....

오늘도 별이 먼지에 스치운다...

멍게 (2001/9/27,19:5)

    음 드디어.. 겜방사장(?)의 일기가 시작되는군..

    마치 무슨 꽁트를 보는 기분으로 잘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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